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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상문의 Photo & Essay 게재 일자 : 2008년 02월 02일(土)
“세계 최고 연날리기대회 여는 게 마지막 꿈”
전통연 거장 104세 노유상翁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올해 104세인 노유상 옹이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전통연인 방패연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100년 가까이 오로지 연을 만들고 연날리기를 하며 살아온 그는 세계 최고의 연날리기대회를 여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 가장 아끼는 ‘용연’ 노유상 옹이 가장 아끼는 용연. 승천하는 용의 모습은 평화를 상징한다.
▲ 세심한 손 노유상 옹이 섬세한 손놀림을 이용해 연만들기의 마지막 단계인 방줄을 매고 있다.
▲ 형형한 눈 정성스레 연살을 붙인 뒤 연이 제대로 만들어졌나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는 노유상 옹.
“100년 동안 연과 함께 살아온 인생을 연으로 마감하고 싶습니다.연을 사랑하는 지구촌의 모든 가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연날리기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연 할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호 연날리기 보유자인 두산(杜山) 노유상(盧裕相)옹은 자신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한국 전통연의 거장 노유상 선생은 1904년 황해도 장연에서 태어났다.올해 나이 104세. 연을 몹시도 좋아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연을 가까이 하게 된 그는 지금까지 단 하루도 연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단다.

15세 무렵 보통학교 담임선생이었던 박근석씨로부터 연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받은 노 선생은 한국 연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노 선생이 연에 미칠 정도로 홀딱 반해버린 계기는 1934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연날리기대회.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에서 참가했던 각국의 연들이 조선의 조그마한 방패연에 꼼짝 못하고 당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난 황홀감에 젖었다고 했다.

방패연 매력에 흠뻑 빠진 노 선생은 이후 100여 종에 가까운 다양한 방패연을 만들어 한국 전통연의 체계를 확고하게 만들어 놓았다.

전통연의 99%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방패연은 문양과 색상이 아름답지만 견고함에 있어서도 단연 으뜸이다. 얼레로 줄을 풀고 감아 높이뿐만 아니라 상하좌우로 조정할 수 있어 연싸움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노 선생은 이 방패연으로 그가 참가했던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늘 우승했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하게 했다.

일제 강점기와 6·25참화를 겪은 뒤 정부에서는 민족정신을 되찾기 위해 정책적으로 연날리기를 장려했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연기능 보유자들을 모아 전국연날리기대회를 열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연을 날리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때 눈에 띈 인물이 노 선생이다.

연을 날리고 있던 노 선생을 정부관리가 찾아내게 되고 마침내 1956년 2월14일 청계천에서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제1회 전국연날리기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강추위에 닷새 동안 열린 대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 외국대사 등이 직접 참석해 연도 날려보는 등 관심이 대단했다고 했다.

연날리기에 있어 군계일학이었던 노 선생은 당시의 인연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로부터도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노 선생이 살고 있는 서울 연희동의 자택까지 찾아오는 애정을 보였다. 노 선생이 제작한 방패연이 이 전 대통령 부부가 머물렀던 이화장에 아직도 걸려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이제 손자 노순(29)씨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수조교였던 큰 아들 성규씨가 노 선생의 호를 물려받아 ‘2대 두산’으로 연을 만들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지난 2004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당시 대학을 다니던 손자가 자기도 연을 만들겠다며 ‘3대 두산’이 되었다.

손자 노순씨는 한국민속연보존회(www.koreakite.com)사무국장을 맡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을 돌며 한국의 전통연을 보급하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 선생의 둘째 아들 성도(50)씨도 전수교육조교로 연을 만들고 있으니 노 선생의 주변에서는 연을 빼놓고는 어떤 것도 이야기 할 수 없다. 물론 노 선생의 부인 임수월(75)여사도 70년대에 연날리기대회에서 우승을 도맡아 했던 최고의 여장부였다.

100년의 세월 모두를 연에 바친 노유상 선생. 평생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며 맑은 정신과 기운을 받았기에 몸도 마음도 매우 건강하시다. 있는 돈 다 털어 오직 한국연을 보급하고 새로운 연을 만들었기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마음 만큼은 이보다 더 큰 부자가 또 있을까.

사진·글 = moon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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