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달리즘 테러’에 희생된 숭례문

국보 제1호 숭례문 방화라는 ‘문화 국란(國亂)’의 장본인인 60대 피의자의 전과와 범행 동기는 한결같이 문화재를 직접 겨냥하고 방화라는 극단적 수단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대한 반감을 표출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11일 긴급체포한 피의자의 행적과 범행 시도 및 실행은 창경궁 - 종묘 - 숭례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유산이나 예술품을 파괴, 약탈함으로써 스스로 국가와 사회를 응징했다고 믿는 ‘반달리즘 테러’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숭례문 6백년 역사까지 한순간에 잿더미로 주저앉힌 범행의 한편에서 그동안 감춰져온 반사회적 증오범죄와 문화재 테러의 불씨가 아직 적지 않을 것임을 예감케 한다.

피의자는 자신의 토지가 재개발 과정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자 그 불만으로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을 방화한 데 이어 숭례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국가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종묘 방화와 열차 전복 등 대중교통수단을 대상으로 테러를 계획했다고 한다. 보상금 불만, 현실 비관, 국가 증오, 국가와 사회 전체가 소중히 받드는 문화재에 불을 질러서라도 복수하겠다는 증오범죄의 각 단면이 두루 드러나고 있다.

가증스러운 반달리즘이 어느 누구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실행에 옮겨지고, 그 때문에 온 국민이 정신적 상실감을 겪고 있지만 그 또한 사회 전반의 경계심이 그만큼 이완돼왔음을 반증한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이제 통한의 ‘그라운드 제로’가 된 숭례문의 폐허를 안타까워하는 속죄의 마음으로 그동안 국보 제1호마저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책임을 자성해야 할 것이다. 서둘러 차단막을 치고 시민의 시야로부터 가려보려는 것, 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루라도 속히 복원하겠다고 황망히 서둘고 있는 모습 등도 한결같이 속죄나 자성과는 거리가 먼 단견(短見)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