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려야 뗄 수 없는 ‘유교와 한국문학’

  • 문화일보
  • 입력 2008-03-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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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는 우리 민족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이다. 단지 정치체제뿐만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유교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다. 이 중에서도 한국의 전통문학 장르와 유교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최근 펴낸 ‘유교와 한국문학의 장르’(돌베개·사진)는 최초로 이 둘을 관련지어 분석하고 있다. 책에선 한국문학의 장르 범주를 한시, 한문산문, 국문시가, 국문소설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눠 각각의 범주 안에서 유교와의 연관성을 논의하고 있다.

◆한시 및 한문산문 = 한시(漢詩)의 특성 중 ‘풍간(諷諫)’이라는 기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풍자와는 다른 개념인 풍간은 잘못된 정치 혹은 민생의 곤고함 따위를 은근히 고발하고 비판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통치자의 선처를 구한다는 점에서 풍자와 대비된다. 유교적 테두리 속에서 한시가 창작되는 한, 풍간의 시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각박해서도 안 되고 군주를 폄훼해서도 안 된다는 전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풍간의 시를 잘 쓴 사람으로는 조선시대의 석주(石洲) 권필(1569∼1612)과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을 들 수 있다. 특히 다산의 시는 현실 비판의 절절함에도 불구하고 풍간의 전통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문산문 장르는 공적인 필요에 따라 지어진 것과 사대부의 사적 생활의 필요에 따른 장르로 구별된다. 전자의 대표적인 것으로 표전(表箋), 주의(奏議), 사전(史傳) 등이 있으며, 통치의 필요성과 연관되는 이들 장르는 철저히 유교적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문시가 및 국문소설 = 국문장르라고 해서 유교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문시가의 주요 장르로는 향가, 고려가요, 경기체가, 시조, 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경기체가와 시조는 모두 사대부의 노래이지만, 퇴계 이황의 시대에 오면 경기체가가 배격되고 시조가 사대부의 대표적 시가 장르로 자리잡게 된다. 이는 16세기 이래 사림세력이 사대부 계급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주자학을 훨씬 더 내면화하고, 미의식 또한 그에 부합시켜 나간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문소설은 조선 후기, 즉 17세기 이후에 창작됐다. 이들 소설 중에서 판소리계 소설을 제외한 나머지 소설은 대부분 중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화이(華夷)론적 시각에서 중국과 비(非)중국을 엄별하고 있다. 이러한 화이론의 틀을 거부한 작품으로 ‘최고운전’과 ‘전우치전’을 들 수 있으며 이 두 작품에는 유교 사상 외에 해동도가(海東道家)의 사상이 근저에 흐르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문학에 끼친 유교의 영향은 통일신라 이후 증가하기 시작, 고려 전기에 보다 좀더 커졌으며, 고려 후기에 사대부층이 형성됨에 따라 이전보다 훨씬 강화됐고 조선시대에 들어와 막강해졌다”면서 “조선 후기에 오면 유교와 한국문학 장르의 관계는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어 여전히 글쓰기와 장르들에 유교가 규정력을 발휘했지만 그 영향력을 별로 받지 않는 장르들도 생겨났다”고 밝혔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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