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포스트 4·9’ 당권경쟁 점화

과반의석을 달성한 한나라당이 총선 종료 후 이틀만인 11일 총선모드에서 당권 경쟁 모드로 전환했다. 7월 전당대회까지는 아직 3개월이 남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낙선하는 등 당내 권력 공백이 발생해 조기 당권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친박근혜계 무소속 의원들이 총선에서 생환하며 이들의 ‘복당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는 등 당내 제 정파간 세력재편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상황도 당권 경쟁의 분위기를 가열시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조기 전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전대 개최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조기전당대회 개최론 대두 = 조기 전당대회는 표면적으로 강재섭 대표가 불출마 선언으로 원외인사가 되는데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낙선해 당내 조직 정비차원에서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명박계가 이재오 의원의 낙선으로 구심점을 잃어버린 상황이 조기 전대론을 부추기고 있다. 원로급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중심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공천파동을 거치며 당 안팎의 눈총을 받았던 터라 친이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인 것도 조기전대론이 부상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공개적인 당권 경쟁을 통해 친이계의 지도그룹이 형성되고, 그 과정을 통해 권력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조기전대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당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일부에서 당헌개정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기전대의 개최 문제는 26명(친박연대 14명, 친박무소속연대 12명)이나 되는 ‘당외’ 친박 인사들의 복당문제와 얽힐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친이측은 이들의 복당 문제가 당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인사들을 ‘무조건’ 복당시킬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친박측 관계자는 “조기전당대회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무소속 친박측의 복귀는 전당대회 전이라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선(先)복당을 주장하고 있다. 친박측으로선 자파 세력을 최대한 늘려놓은 뒤 전당대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셈이다.

◆ 당대표 누가 거론되나 = 강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출마는 일단 현실적 가능성이 없다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울산에서 정치1번지인 서울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된 정몽준 최고위원과 김형오 의원의 당권도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당내 중립인사로 분류돼 친이 - 친박측 모두에서 거부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정파간 합종연횡을 통한 당선 가능성도 높다는게 당내 평가다.

이와 관련, 친이측 원로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객관적으로는 (정 최고위원의 대표 도전) 여건이 형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5선의 김 의원은 원내대표 등을 맡은 실무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4선에 성공한 홍준표, 안상수, 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3선 중진 반열에 오르는 원희룡, 정병국, 박진, 권영세 의원 등의 도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