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대통령·정치지도자 모두 총체적 난국에 무책임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모두 ‘기능 부전’에 함몰된 모습이다. 전방위적이고 총체적인 난국 앞에 무능·무책임·무소신으로 일관하다시피 하고 있어 국가 전체가 정치·경제·사회적 혼란과 혼돈의 와류에 휩싸여온 5월과 6월이다.

위기 요인은 첩첩으로 밀려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둘러싼 민심 불안, 제18대 국회 개원 무산과 의회 기능의 식물화로 인한 정치 불안, 고(高)물가·고원자재 값과 저성장·저투자의 악순환, 각 업종 연쇄 파업이 층층의 먹구름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민심과 민생을 추스르고 수습할 역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16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은 1, 2차 오일 쇼크와 외환위기에 맞먹는 위기로 발전할 소지가 크다”며 “퍼펙트 스톰, 즉 빠져나가기 힘든 거대한 해일이 한국을 집어삼키기 위해 다가오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국가 위기가 이처럼 심각해지기에 이른 것은 이명박 정부의 무능·무책임·무소신이 1차적 원인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내각 인적 쇄신을 지연시켜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혼란의 불씨를 키우는 실책을 잇고 있다. 시국의 위중함을 시인하면서도 그 수습 속도는 한가로울만큼 더디다. 4·9 총선 이후 2개월을 훨씬 넘긴 15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의 청와대 회동에서도 인적 쇄신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충족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는 식의 원론 언급에 그쳤다. 국민의 눈높이에 역시 안이하게 비칠 것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오십보백보다. 이 대통령의 눈치나 살피는 식이어서 통합민주당을 여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국회마저 법정 개원일을 열흘 이상 넘기고 있어 정치력 부재를 스스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역시 무능·무책임·무소신이기는 마찬가지다. 15일 기자회견에서 “국회 등원을 무한정 늦추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인데도 ‘나는 이 정도 말했으니 국회 파행은 나와 상관이 없다’는 식의 책임전가성 발언쯤으로 들린다. 국회 등원을 유도하다가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는 당내 강경파의 한마디를 듣고 황망히 촛불 시위대로 달려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면서 촛불을 든 손 대표가 아닌가. 진정성이 있고 또 정치 리더로서의 원칙이 있다면 ‘등원 결단’에 미적거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 지도력은 표류중이다. 위중한 시국을 극복할 최소한의 조건은 이 대통령의 신속한 인적 및 국정 쇄신, 또 이를 뒷받침할 정치 지도자들의 국회 정상화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