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물연대는 ‘枯死 산업현장’ 외면말아야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사태로 전국 각지의 산업현장이 가위 고사(枯死)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13일 이래의 ‘법외 파업’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주요 산업단지 공장들의 조업 중단 사례가 속출하며 항만의 물류 사정도 극한 상황을 맞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삼성 광주공장은 1989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17일 공장 가동을 멈췄다가 18일 그 일부를 재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수 국가산업단지와 구미공단 등 전국 각지에서 공장이 멈춰서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과 포스코 포항제철소마저 조업 차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각 항만도 그렇다. 부산항의 예만 해도 화물연대 일부 차량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40% 이상으로 일단은 회복했으나 장치율은 여전히 76％대에 머물러 있다. 인천항 장치율은 가위 임계상황이다. 평택항, 광양항 등의 물동량은 10~20%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며칠 더 계속된다면 경제와 산업이 마비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파생 주유대란 또한 서민 생활에 대한 직격탄이 되고 있다. 국가적 비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화물연대의 운송 중단이 그 근원에 있어 ‘생계형 파업’이라는 점을 중시하고 각 경제 주체의 고통 분담만이 해법의 키워드임을 강조해왔다. 이제 운송 중단이 더 계속된다면 산업의 파탄을 부르게 되리라는 점에서 더 늦기 전에 운송으로 복귀해 국가 비상상황을 막아야 할 책임이 그만큼 더 커지고 있다고 본다.

정부 역시 나름대로 성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법무·행정안전·지식경제·노동·국토해양부 등 5개 부처 장관이 정상화 촉구 합동담화문을 통해 5개항의 대책으로 화물차량의 감차(減車)·LNG차로의 대체 지원, 통행료 심야할인 대상 확대, 표준운임제 연구, 화물업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모든 현안이 어차피 초단시일 내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시간적 여유를 전제로 윈윈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화주 측도 요금 인상안을 제시한 만큼, 건설기계 노조의 파업철회 기조처럼 화물연대 역시 운송 복귀로 돌아서 산업 현장부터 되살리기 바란다. 화물연대 내부적으로도 화물차량의 공급 과잉과 화물업의 다단계 구조 등의 귀책사유를 외면할 일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