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비전으론 OK…‘눈앞의 위기’ 타개책 빠져”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 경제계는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경제방향을 잘 제시했다고 환영하면서도 현재 경제위기 상황을 타개할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국내외 경제여건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서민들과 기업이 겪고 있는 생활고와 경영난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15일 공식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한 것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비전을 발표한 것이지만, 당장 경제가 어렵고 기업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이 아쉬웠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급한 규제 완화의 경우 기업 활동이 실질적으로 원활해질 수 있도록, 양이 아닌 질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면서 “최근의 악화된 경기를 감안할 때 노측이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사측도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사관계 상생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도 “녹색성장으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소기업을 비롯한 소외된 계층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녹색성장 비전 발표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빚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축사에 적합한 이야기였는지는 모르지만, 석유자원에 의존하는 산업구조에서 탈피 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자는 의미에서 적절하게 미래 어젠다를 설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도 “향후 환경, 대체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정부 의지를 피력하며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천명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어떤 시점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광두(경제학)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차세대를 위해 환경을 중시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녹색 성장 비전을 위해 환경 관련 투자를 하려면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밝혀야 현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서민과 영세기업 등 우리 경제 주체들이 부닥치고 있는 경제난에 대한 해결책은 언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니 다소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장재선·유회경·박수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