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AM7]“김혜수 상대역 ‘쾌재’ 불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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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일(31)은 돌연 사라진 사랑 조난실(김혜수)을 찾아 1930년대 경성을 헤매는 ‘모던보이’(감독 정지우·10월2일 개봉) 속 이해명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재차 ‘내가 이해한 이해명’이라는 전제를 앞세운 그는 ‘시대를 비껴가는 듯 하나 결국 시대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인물’, ‘낭만적이라기보다는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엿본 배우 박해일은 가벼운 질문에도 적절한 단어를 골라내느라 말이 자주 느려지고, ‘만약’ ‘∼라고 했을 때는’ 등의 전제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어린애같은 대학원생(‘질투는 나의 힘’). 서늘한 연쇄살인용의자(‘살인의 추억’), 순박한 제주도 우체부(‘인어공주’), 작업에 능한 영어교사(‘연애의 목적’) 등 매번 완전히 다른 사람을 감쪽같이 보여주는 비결은 이런 섬세함 때문이 아닐까.

―배경이 1937년인데, 촬영하면서 만약 ‘이 시대에 살았다면 난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게 되던가.

“모를일이지만, 이해명처럼 살았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시대를 감안하면서 연기했지만 현재와 크게 다른 부분보다 현재 살고 있는 모습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시대가 의외로 경쾌한 느낌이 있다. 비유를 하자면, 놀이동산 가는 듯 굉장히 신나는 느낌이었다.”

―선배 김혜수와 작업은 어땠나. 좋은 점도 있었겠지만 어려운 점은 없었나.

“제작보고회 때 ‘김혜수 선배가 한다는 소식을 듣고 쾌재를 불렀다’고 했다. 사실이긴 하지만 막상 걱정이 되더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지 말이다.(웃음) 부질없는 긴장감도 있었는데 촬영 시작 전 풀린 것 같다. 현장에서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 내것 하기에 바쁜데 선배는 전체를 보는 시야가 굉장히 넓다.”

―뜬금없지만, 배우 생활은 재미있나.

“그래야만 한다. 시나리오를 받아서 재미있다고 느끼고, 잘 만들어서 관객에게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이 된다.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음을 공유하고, 이를 일관되게 찍어나가는 작업이 재미있다.”

―처음 생각과 결과물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약간씩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간극이 크게 생기지는 않고, 노력을 하면 ‘오차범위’를 좁혀 나갈 수 있다.”

―출연작 중 오차범위가 가장 적었던 작품은.

“가장 적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다. 내가 연기를 한다는 부담감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말하자면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없어서, 오차도 없었다.(웃음)”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하나.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흥미롭더라. 이어 감독을 만나보니, 하게끔 만들더라. 보통은 이렇게 진행된다. 내가 ‘해볼만하겠다’ 싶은 영화를 고르게 된다.”

―해볼만한 역할은 어떤 것인가.

“내 살아온 환경과 내공을 감안해서 해볼만하다는 것들이다. 70% 정도는 해볼만한 것이고 30%은 숙제같은 느낌의 역할은 고른다. 100% 다 이해하고 하면 재미가 없고 도전 정신도 안 생기니까 30%는 좀 어려운 점, 새로운 점이 있어야 한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 사진 = 유승관 ATLAS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