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은 파스파 문자와 달라”

“훈민정음의 자형(字形)은 몽골의 파스파(八思巴)문자와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문자다.”

정광 고려대 명예교수가 18일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김정배)이 개최한 ‘훈민정음과 파스파문자 국제 학술워크숍’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에서 ‘훈민정음 자형의 독창성-‘몽고자운’의 파스파문자와의 비교를 통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독창적인 훈민정음 창제설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파스파문자는 훈민정음 제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며 “다만 두 문자의 자형은 전혀 다른 것으로, 파스파문자의 경우 티베트문자의 영향을 받았으나 훈민정음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문자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파스파문자가 티베트문자의 자형을 조금 변형해 만든 반면, 훈민정음은 발음기관을 본뜨거나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를 상형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들었다. 또 31개 파스파문자와 훈민정음의 초성자를 대조한 결과 두 문자 사이에는 유사성을 찾기 힘들며, 나아가 중성자 11개는 훈민정음만의 독창물이라는 것.

국제 언어학계는 원(元)나라 세조(世祖) 쿠빌라이칸의 명을 받아 티베트 출신인 파스파라는 사람이 만든 파스파 문자가 조선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 때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도 게리 레드야드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와 몽골인으로서 파스파문자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통하는 주나스트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가 파스파문자가 훈민정음에 끼친 영향 등을 집중적으로 고찰했다.

한편 정 교수는 “해례본 훈민정음이 완성된 세종 28년(1446) 9월 상한(양력으로 환산해 10월9일)을 한글날로 정한 것은 옳지 않다”면서 “훈민정음이 창제된 세종 25년(1443) 계해년 12월을 기념일로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