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보호주의 창궐과 한국의 대응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5%로 떨어지고 세계 무역량이 전년에 비해 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무역량의 감소는 1982년 이래 27년 만에 일어난 현상이다. 시장경제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이러한 미증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은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방안을 마련하고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최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도 한목소리로 “보호주의 정책은 모두가 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각국은 자국의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보호주의 정책은 무역과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세계 경제 침체를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며, 그 방법은 경제 체질 강화밖에 없다. 또한 대외적으로 자유무역과 개방을 통한 압축 성장의 선구자로서 국제사회에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외 경제 정책과 관련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세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자유무역과 시장 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제 공조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2010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토대로 ‘무역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기 부양책’임을 강조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정 강화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다자간 무역 협상에 있어 미국-유럽 및 선진국-신흥국들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할 것이므로 무엇보다 이의 조정과 통합 기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으며 한국의 가교 역할이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어제 한·미 두 정상의 전화 통화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다자간 무역협정에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경제 블록화 및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가능성에 대비,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양자 간 시장 개방 노력도 동시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이웃한 일본, 중국은 물론 러시아, 멕시코, 페루 등 우리와의 FTA 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가 또는 체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나라들과 동시 다발적으로 협상을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어려운 국제무역 환경에 직면할수록 수출 기반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올해에는 세계 경기 불황의 동조화 현상으로 우리의 수출 신장세도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이나 감소하며 ‘쇼크’ 수준 실적을 나타냈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 아래서 수출 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원론적이지만 중단없는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술 개발을 통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이다. 저가품, 범용상품을 후발국에 빼앗기더라도 첨단,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경쟁의 우위 격차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기업의 설비 확장, 정부의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과 같은 하드웨어 투자도 시급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핵심 기술인력과 과학자의 양성과 같은 교육에 대한 투자다.

어려울 때일수록 피해가는 전략보다 원칙에 충실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제적으로는 세계 경제 회복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고, 국내적으로는 정부·기업·근로자가 적극적으로 합심 노력하여 수출 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경제를 회복시켜야 할 때다.

[[현오석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