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자살 부른 ‘승용차깡’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나 노숙자 명의로 승용차를 할부로 사들인 뒤 이를 중고차 시장에 ‘대포차’로 내다팔아 돈을 챙기고 할부금은 떼어먹은 속칭 ‘승용차깡’ 조직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5개 ‘승용차깡’ 조직원 33명과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 준 신불자, 노숙자 등 46명을 붙잡아 A‘승용차깡’ 조직총책 신모(35)씨를 사기와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로 구속하고, 차량처분책 유모(2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머지 44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신씨는 서류위조책 김모(45)씨, 자금조달책 윤모(37)씨, 차량 출고책 편모(40)씨 등과 함께 2008년 3~11월 신불자와 노숙자 명의로 승용차 13대를 할부로 구입한 뒤 이를 중고차 시장에 내다팔아 3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신씨가 운영한 A조직을 비롯한 5개 ‘승용차깡’ 조직이 이처럼 ‘대포차’로 둔갑시켜 판매한 승용차는 총 48대. 자동차 할부금을 선납해주는 6개 캐피털회사들은 10억원이 넘는 금전적 피해를 봤다. 특히 서류상 차주와 실제 소유주가 다른 ‘대포차’는 통상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경찰은 문제 차량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숙식 및 일자리 제공을 미끼로 신불자와 노숙자들을 끌어모은 뒤 서류 위조를 통해 이들의 신용등급을 높이고 이들 명의로 승용차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불자와 노숙자들을 회사원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2개의 유령법인까지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 준 신불자와 노숙자들은 대가도 한 푼 받지 못한 채 캐피털회사의 빚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노숙자 김모(44)씨는 승용차 2대를 구입하는 데 자신의 명의를 빌려 준 뒤 대출금 상환 독촉을 받던 중 지난해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