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정하종기자
“드라마는 순발력을 요구하는 작업인데, 영화는 긴 호흡으로 감정을 유지해야 하는 작업이더군요. 그게 힘들었으나 드라마에 비해 훨씬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게 큰 매력이었어요.”
22일 개봉한 영화 ‘토끼와 리저드’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배우 성유리(28)는 신인 연기자처럼 설레는 표정이었다. 그룹 ‘핑클’ 멤버로 활동했던 그는 2002년 연기자로 전업한 이후 7개의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스크린을 꽉 채울 만한 연기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동안 영화는 사양했어요. 그런데 ‘토끼와 리저드’는 시나리오를 본 후에 저에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했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입양아라는 소재는 약간 식상할 수 있는데 그것을 신파적이지 않게 해석한 점이 좋았어요.”
그는 프랑스에서 연출 공부를 한 주지홍 감독의 이력을 듣고, 시나리오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느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여주인공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입양아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입양된 여자친구들에게는 형제자매 중에서 하필 왜 내가 버려졌을까, 내가 예쁘지 않았던 것일까 라는 상처가 공통적으로 있더군요.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남에게 이해받지 못한 상처가 있기 때문에 그것과 연관지어 보려고 노력했어요.”
고교생이던 만 18세에 가수로 데뷔한 그는 친구들에 비해 일찍 사회생활에 적응하느라고 스스로의 심성이 각박해져 간다는 서글픔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친구들이 아이 낳고 사는 모습을 보니까 자신이 너무 늦지 않나 하는 조바심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세상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자신의 상처를 속으로 삭이는 여린 성격의 주인공 메이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제 평소 성격이 수현(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에서의 당찬 여주인공)보다는 메이와 가깝기 때문인 듯하다”며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성격과 정반대인 역할을 하고 싶어서 캔디 캐릭터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연기력 논란과 관련 눈시울을 붉힌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서 가까운 사람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연기를 잘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비난은 억울했다는) 제 고백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그는 2006년 ‘어느 멋진 날’을 촬영하며 연기 자체에 대한 기쁨을 느꼈고, 그 이후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일을 하게 된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사진 =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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