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노조 전임자와 잘못된 인센티브

노사 문제는 대기업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생긴다. 농부, 가게 주인 혹은 예술가처럼 자신의 시설과 힘만으로 일하는 곳에서 노사 문제가 일어날 수 없고, 소수의 고용자를 가진 소규모 작업장에서도 인간관계 때문에 노사 문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노사 문제는 다수의 고용자를 가진 큰 작업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대기업이나 근로조건이 좋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만 약자인 노동자는 노조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다수의 고용자를 가진 대부분의 기업은 세계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화에 따른 무한경쟁의 상황을 맞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기업 할 것 없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진 노사관계도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경제위기 탈출과 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는데, 2009년 가을 한국에서는 노사 문제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 문제도 정부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지금 파행과 갈등을 겪고 있는 두 가지 문제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다. 앞으로 약 2개월 안에 노동자·사용자·정부 간에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13년 동안 유예돼 온 두 제도 모두가 예정된 대로 2010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수밖에 없다.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노·사·정 간에 상당한 진전을 보여서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다만, 한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있을 경우 사용자는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지, 즉 노조의 대표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만 남겨둔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전임자의 임금 문제는 노조와 사용자 간에 이견 차가 워낙 커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노조전임자는 일을 하지 않고 노동조합 업무만을 전담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이런 노조전임자에게 회사가 임금을 주는 것은 외국에는 없는 제도로, 한국만의 특수한 사례다. 또한, 이 제도는 회사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현형 법에도 위배된다.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는 그동안 여러 곳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 우선 회사를 위해서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회사가 임금을 주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 노동자에 비해 노조전임자의 수가 외국과 비교해 훨씬 더 많고 조합원의 회비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을 회사가 부담하는 것은 그만큼 생산원가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노조전임자 임금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노조전임자들이 임금은 회사에서 받으면서 노조를 위해서 활동하는 것은 비효율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조합원이 부담하는 조합비로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한다면 노동조합은 적정 수의 전임자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비용이 회사에서 나온다면 가능한 한 많은 전임자를 두는 것이 합리적인 행위가 된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이런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가 한국의 노조전임자 수를 기형적으로 많게 한 주범이라 할 수 있다.

노조는 더 이상 명분도 없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 노조전임자 임금을 없애고 국제 기준에 맞는 노동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존재가 불경기에 기업의 구조조정을 막거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가로막아서 청년실업의 주범이 돼서는 곤란하다. 정부도 부당노동행위나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는 보장하되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으로 법 제정 후 13년이나 유예해 온 법을 이번에는 제대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스스로가 법을 어기는 셈이 된다.

[[김진영 / 강원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