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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0년 03월 09일(火)
“순백의 영혼아! 어른들이 너를 죽게했구나…”
부산 피살 여중생 ‘참담한 장례식’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니.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지난 6일 성폭행 전과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된 부산 여중생 이모(13)양의 영결식이 9일 오전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전문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독교 발인예배로 진행된 이날 장례식에서 어머니 홍모(38)씨는 울음을 참느라 연방 어깨를 들썩였다.

발인예배를 집전한 박정규 목사는 “순백한 영혼이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스러졌지만 이 영혼이 우리 나태한 어른들을 반성시키고 깨우치는 밀알이 돼 다시는 이양 같은 일이 없도록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모(40)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안절부절못하며 주위를 맴돌다 결국 “어려운 환경에서도 딸은 얼마나 꿋꿋하고 밝게 컸는데 아비 역할도 못했다”며 오열했다. 그러곤 “범인은 꼭 잡아야 하고 법제도가 빨리 정비돼 다시는 우리 딸 같은 애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장례식은 사회적 관심과는 달리 썰렁했다. 참석자는 홍씨가 다니는 교회신도와 외삼촌, 친지 등 30여명에 불과했다. 장례식장에는 예수가 목자들에게 설교하는 대형 그림 속에 이양이 노란 국화에 묻혀 긴머리에 검은 안경을 쓴 채 조문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승에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말을 하려는 듯했다.

이양의 운구행렬은 인근 이양이 다니던 사상초교를 들른 뒤 바로 부산시립화장장인 영락공원으로 향했다. 이양이 장래의 꿈을 키우며 공부했던 초교를 보는 순간 다시 한번 유족들의 오열이 터졌다. “모든 원망, 두려움 잊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거라.”

한 조문객은 “이양과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너무 마음이 아파 장례식장을 찾았다”며 “중학교에 입학해 친구들과 재잘거리고 공부도 할 나이에 어른들 잘못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양의 시신은 화장된 뒤 기장군 철마면 실로암 공원묘지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장례식 한쪽에선 장례식에 참석했던 ‘이웃에 사는 무명시인’이라는 사람의 시가 적힌 종이쪽지도 발견됐다. 쪽지에는 “아직 피지도 못한 꽃이 꺾이고 꽃잎은 떨어졌지만 천국에서는 너의 꽃이 다시 활짝 필 것”이라고 적혀있다.

부산 = 김기현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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