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월드컵’ 동시중계는 전파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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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이 나온 2월14일 이후 한국 선수들이 잇달아 금메달을 따자, 단독으로 경기를 중계한 SBS의 시청률 역시 35%를 넘는 등 역대 동계올림픽 중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국민적 축제였던 동계올림픽의 이면에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SBS의 단독 중계 문제가 전면에 대두되는 계기가 됐다.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한 SBS가 이미 2016년까지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이 걸린 KBS와 MBC가 1월2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보편적 시청권 관련 금지행위 위반’으로 SBS를 제소한 것이다. 이와 관련, 1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3사의 사장들을 불러 의견을 들었으나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 어떤 타협점도 찾지 못했다.

사실 이번의 갈등에 대한 해법은 그리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방송 3사는 때론 동업자 정신으로 공조를 해온 적도 있지만 대개는 극심한 경쟁과 대립으로 점철돼 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코리아 풀’도 마찬가지다. 주요 국제 대회의 중계권을 방송 3사가 공동으로 구입해 과열경쟁으로 인한 국부 유출을 최소화하려고 이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그동안 모두가 협정을 깨는 행위를 일삼아 왔다. 그렇기에 어느 특정 방송사만 잘못했다고 몰아가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관련 법규가 매우 느슨하고 모호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현행의 방송법은 월드컵과 같은 국가적 관심을 갖는 스포츠 행사의 경우 전체 시청자의 90% 이상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한 SBS가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가 이번 논쟁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보기에 따라 다른 시각이 상존할 수밖에 없는 애매한 조항이다.

현재 국민의 90% 이상이 케이블 TV나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시청하고 있고 이들 매체를 통해 이번 동계올림픽도 시청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상파 방송사들이 IP TV처럼 케이블 TV에도 프로그램 재전송에 따른 사용료 지급을 요구했는데, 만약 이것이 현실화하면 사용료를 지급하는 대신 지상파 채널을 빼는 상황도 생길 개연성이 충분히 있어 90%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의 중계권이라고 해서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또 한가지 사항은 공익성 논쟁이다. KBS와 MBC는 방송의 공익성을 위해 SBS가 공동중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은 당연한 명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살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도 엄밀히 말하면 SBS만의 단독 중계가 아니었다. 인터넷 TV포털 사이트에서 올림픽 주요 경기들을 생중계했으며, 휴대전화의 DMB를 통해서도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익성은 더 이상 이번 쟁점의 본질은 아니다. 이 논리에 사로잡혀 SBS와의 협상을 이뤄내지 못한 공영방송 KBS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15일에 이어 16일에도 방송 3사 사장이 모여 코리아 풀의 합의정신이 유효하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 정신을 살려야 할 뿐 아니라 방송 3사의 동시 중계로 전파를 낭비하고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순차편성을 통한 중계 등 노력 여하에 따라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동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남아공 월드컵도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는 축제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방송 3사의 역할이자 의무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성동규 /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