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힘 !… ‘반군 피랍 12년’ 아들 구했다

12년 애절한 부성애(父性愛)가 결국 아들과의 극적인 재회를 이뤄냈다.

30일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은 지난 12년간 포로생활을 한 파블로 에밀리오 몬카요 병장을 석방했다. 19세에 납치된 아들이 32세가 되어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예고되어 온 그의 석방 과정은 이날 그다지 순탄치 않게 진행됐다. 비가 내리면서 그를 싣고 돌아올 브라질 소속 헬리콥터의 출발이 늦어져 마지막까지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속을 태운 것이다. 하지만 12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 헬리콥터에 오른 몬카요는 건강상태가 상당히 양호해 보였다고 국제적십자사는 전했다. 국제적십자사 측은 “한 가지 문제는 나쁜 날씨였고 다른 모든 것은 평소와 다름없었다”고 밝혔다. 몬카요는 플로렌시아 타맥 공항에서 아버지 구스타보, 어머니, 그리고 4명의 누이들과 뜨겁게 재회했다.

FARC는 이미 지난해부터 몬카요 석방을 예고했었다. 이에 따라 몬카요를 싣고 올 헬기는 지난 27일부터 콜롬비아 동부 비야비센시오에 도착해 석방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석방과정에는 FARC의 신임을 받고 있는 좌파 정치인 피에다드 코르도바 사우언 의원이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 정부와 FARC 사이에 조정역할을 맡았다. 콜롬비아 군은 인질을 인도하는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모든 군사작전을 중지하고 신병을 인도받았다.

몬카요는 지난 1997년 12월21일 19세에 한 통신기지에서 FARC의 습격을 받고 끌려갔다. 몬카요 석방에는 아버지의 힘이 컸다. 시골학교 교사인 그의 부친 구스타보는 아들 석방을 호소하며 지난 2007년 1개월여에 걸쳐 몸에 쇠사슬을 묶고 콜롬비아 전국 1000㎞를 도보행진했으며, 이를 계기로 몬카요의 장기 억류 사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구스타보는 “아들을 기다리는 한시간이 천시간 같았다”고 말했다. 몬카요를 납치한 FARC는 1964년 결성된 공산당 산하 좌익 게릴라 조직이다.

앞서 지난 2008년 7월에는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였던 프랑스 국적의 잉그리드 베탕쿠르가 반군에 납치된 지 6년 만에 극적으로 탈출해 주목을 받았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