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북한 붕괴 아닌 ‘태도 변화’ 유도… 한·미·일·EU ‘피말리는 돈줄죄기’

美 주도 ‘맞춤형 대북제재’ A to Z

미국이 주도하는 맞춤형 대북제재가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포기 및 태도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1718호와 1874호의 이행을 국제사회에 촉구하면서 북한 지도부의 돈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유엔 회원국들과의 공조 속에 주도하는 대북 맞춤형 제재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향후 파장은 어떻게 될지 점검한다.

1.왜 북한을 제재하는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1, 2차 핵실험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 무기개발을 중단,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6자회담 복귀 때까지 북한에 대해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 1718호와 1874호를 부과키로 했다.

아울러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한·미 양국은 대북 맞춤형 제재를 구체화하며 이의 해제 조건으로 북한의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시인, 사과,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비핵화 의지 천명 및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요컨대 대북제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처럼 대북봉쇄를 통한 붕괴유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북한이 핵포기 진정성을 보이고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이 포함된 과감한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임을 확언한 바 있다.

2. 대북제재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나

미국의 대북제재조치는 뿌리가 깊다. 6·25전쟁 이후 북한에 대적성국교역법이 적용되며 미국의 대북제재가 시작됐다. 이후 북한이 1987년 대한항공기폭파사건을 일으키자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며 무역제재 등 다양한 제재를 가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조치는 1994년 북·미제네바 합의 직후 미국내 북한자산동결해제 등이 단행되며 시작됐다. 이에 따라 북한인의 미국은행 시스템 허용, 미국인의 북한여행 자유화, 북·미직통전화 개설 등이 허용됐다. 이어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페리 프로세스 일환으로 대폭적인 추가 제재조치가 단행됐다.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의 진전 속에서 2008년 10월 북한의 숙원사업이던 테러지원국지정 해제를 단행, 미국의 대북제재 큰 틀은 해제시켰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후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 1874호에 따라 다시 강도 높은 제재를 받게 됐고 지난 3월 천안함 침몰사건을 일으킴으로써 다시 한·미 양국으로부터 대북맞춤형 제재를 받기 시작했다.

3. 한국이 취하는 ‘5·24 대북제재조치’는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의 사과와 관련자처벌 등을 요구하며 통일, 외교, 국방 장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5·24대북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이외의 남북교역과 교류는 전면중단됐다. 남북해운 합의서에 의해 이뤄진 북한 선박의 우리측 해역 운항도 금지됐고, 남북간 일반교역과 위탁가공교역을 위한 물품의 반출과 반입도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를 제외한 우리 국민의 방북도 일체 불허됐으며 인도주의적 목적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및 북한주민 접촉도 제한됐다. 그러나 정부는 개성공단에 대해선 특수성을 인정해 명맥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5·24대북제재조치로 북한이 입는 연간 손해는 3억달러에 달하고, 위탁가공 중단에 따른 고용감소는 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4.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는 어떤 것이 있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는 1718호, 1874호 등 2개다. 1718호는 2006년 ‘10·9 1차 핵실험’, 1874호는 2009년 ‘5·25 2차 핵실험’ 이후 각각 채택됐다. 1718호는 대북 핵·미사일·생화학 무기 관련 물질·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에 관련된 북한 기관·개인 자산을 동결했다.

국제사회 제재에도 불구,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채택된 1874호는 제재범위와 대상을 1718호보다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재래식무기까지 포함, 북한의 모든 무기 관련 물자 수출을 금지했다. 1718호에서 유엔 회원국에 ‘협조’를 요청했던 WMD 확산 혐의의 북한 선박에 대한 화물검색도 ’의무’로 강화하고, 공해상에서도 가능하도록 했다.

북한의 WMD 확산,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산 동결 및 금융거래 금지를 규정한 것도 새롭게 추가됐다. 또 1718호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등 3개 기관이 제재대상이지만, 1874호는 남천강무역회사 등 기관 5곳과 윤호진 남천강무역회사 간부 등 개인 5명을 추가 지정하면서 대상을 확대했다.

5.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어떤 것인가

미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준수하면서도 독자적으로 법률과 행정명령 등을 통해 북한 기관·개인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란·시리아 비확산법, 무기수출통제법, WMD 확산과 연루된 이란·북한 기관·개인을 자산동결 등으로 제재하는 행정명령 12938호, 13382호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법령 및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이 WMD 확산 관련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기관·기업은 총 22곳이며, 개인은 김동명 단천상업은행장 1명이다. 22곳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단천상업은행, 조선연봉총회사, 남천강무역회사 등 주로 기업이다. 북한 기관으로는 핵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원자력총국이 지정돼 있다. 원자력총국과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등 8곳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도 중복 지정돼 있다.

가장 많은 북한 기관·인사를 ‘블랙 리스트’에 올린 것은 13382호인데, 20여명의 북한인과 외국인 3명이 포함돼 있다. 2006년 3월 스위스기업 KOHSA 소속의 쟈콥 스타이거, 2009년 1월 대만 기업인 수루치, 알렉스 차이 등이 제재대상으로 올랐다.

6. 미국이 준비중인 추가 제재는

미국이 2주내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북제재는 ‘기존 제재 강화, 신규 제재 단행’으로 요약할 수 있다. WMD 확산과 관련한 행정명령 13382호를 확대 적용,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가 정한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행정명령을 통해 재래식무기와 사치품 거래 등에 대해서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해외계좌를 추적해 ‘블랙 리스트’를 발표하고, 불법 계좌는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방침이다. 북한의 음성적 자금원이 되고 있는 위조지폐 제조·유통, 마약 밀거래 등을 차단하고, 북한 지도부가 소비하는 사치품 거래도 중단시킨다는 점에서 북한 ‘돈줄 죄기’ 전략이다.

여기에 일부 북한 외교관들이 위폐나 마약을 밀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판단, 외교관 특권남용을 제한하는 방침도 검토 중이다.

7.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효과는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가 성공하려면 일단 금융기관의 ‘자율적 판단’과 제3국의 ‘협조’가 제일 중요하다. 미국이 행정명령을 통해 발표할 리스트는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어떤 효과를 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일각에서 2005년 2500만달러의 북한 자금이 꽁꽁 묶였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사태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재무부가 애국법 311조에 근거, BDA를 ‘자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촉발된 BDA 사태는 북한에 예상외의 타격을 줬고, 당시 북한 외교관은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라는 이야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미국은 추가제재에도 애국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홍콩·룩셈부르크·스위스 금융당국이 북한 관련 계좌의 불법성 여부를 조사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고, 금융기관도 미국과의 금융거래 차단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 계좌를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8. 중국의 동참 가능성은

대북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참이 중요하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고, 북한 금융거래의 42%가량은 중국계 은행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혈맹 관계인 데다 대북제재 조치가 자국 기업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이 소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을 묻어두고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자고 주장한다. 한·미 양국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책임론을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북한의 불법 거래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경우에도 중국은 대북제재 요청을 쉽게 거부할 수 없다.

9. 유럽연합과 일본의 참여

유럽연합(EU)과 일본은 한·미 양국의 대북제재에 요청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은 지난 7월 중순 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독일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해 북한의 불법계좌를 보유한 은행과 국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거래를 단절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유럽연합은 조만간 대북제재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무장은 일본에도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에서 일본도 대북제재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북한의 1, 2차 핵실험 때부터 이미 엄격한 대북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북한 관련 자금의 이동을 엄격히 규제하는 내용의 추가 제재를 내놓았다.

10. 북한의 태도변화 가능성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하지만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북한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해외로부터의 돈줄이 막힐 경우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결국 북한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이번 금융제재의 효과에 달린 셈이다.

북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일차적인 변곡점은 오는 9월로 예정된 노동당 대표자회의다. 이번 회의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을 공식화한 뒤 변화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경제를 파탄으로 내몰 경우 권력세습 작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숙·박영출·신보영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