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DTI규제 풀면 거래 숨통? ‘근본적 처방’을 고민할 때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포격하라.’

DTI 규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건설·부동산업계의 공세가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지난 2년여 동안 계속돼 온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공적으로 DTI를 지목,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 DTI 규제 강화 1년이 다 된 8월 말 현재 전국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건설업계 대표들은 아침에 민주당 의원들, 점심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이날 화두 역시 DTI였죠. 실수요자에게만이라도 DTI 비율을 확대 적용(10~15%포인트)해달라고 건의했습니다.

DTI는 현재 서울은 50%, 경기·인천은 60%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 개인의 연간 총소득이 5000만원일 경우 서울은 금융권 대출을 2500만원 이하에서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동산업계는 이 같은 조항이 내집 마련에 나서고 싶은 이들의 대출규모를 제한해 부동산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을 적게 받아 못산다는 것이죠. 이 규제를 대폭 풀면 수요 증가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DTI 규제 완화가 만사형통일까요. DTI 규제만 완화되면 집값 하락세가 멈추고, 집 없는 서민과 1주택을 가진 중산층 등이 주택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까요. 단언컨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DTI 규제 완화로 대출(빚) 한도가 늘어나도 주택 매입에 나설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빚을 낼 수 있는 능력이 10~15% 늘어난다고 해서 주택매입에 나설 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든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DTI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요보다 많은 공급, 정부의 공공주택(보금자리)에 대한 정책 리스크, 크고 작은 주택거래에 대한 지나친 과세(양도소득세 등), 활황기 건설업과 금융업의 장밋빛 계획의 후유증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매듭을 우선 푸는 길은 DTI 규제 완화 이전에 기존 및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한시 면제, 보금자리주택 공급 속도 조절, 건설업에 대한 금융 뒷받침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통해 우선 거래라도 활성화시키라는 것이죠.

부동산금융업계에서도 DTI 규제 완화는 결국 가계 빚만 늘리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계와 건설사 등이 안고 있는 부동산 부채가 8월 말 현재 650조원에 이르는데 DTI를 확대하면 ‘약’이 아닌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합니다. 8월 말이나 9월 초에 발표될 부동산 대책에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근본 처방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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