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산책>李 행장은… 35년 경력의 ‘정통 뱅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다양한 실전 경험을 통해 은행 업무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정통 뱅커다. 35년간 개인금융, 기업금융, 국제업무는 물론 인사와 홍보 등 은행의 모든 업무를 두루 거쳤고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췄다. 홍보실장도 지낸 그는 한창 영업을 할 때 술도 많이 마셨다. 한자리에서 20여명의 고객과 각각 한잔씩 20잔의 폭탄주를 마신 일 등 일화가 많다.

호방한 이 행장도 입사후 지점에 배치됐을 때는 말수가 별로 없었고, 얼굴 표정도 굳어 있었다. 어느날 담당 대리가 저녁에 술 한잔을 사주면서 호통을 쳤다.

“안주에 손 한번 대지 않고 각각 소주 4병씩을 마셨는데, 대뜸 그분이 ‘사표 내라. 여기서 못하는데 다른 데 가면 잘하겠느냐’고 하셨죠. 실제로 한방 맞기도 했습니다. 그분이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말을 많이 해야겠다, 좀 어설퍼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태도를 바꾼 뒤 5년 만에 인사과 대리로 승진해 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합니다. 오늘의 제가 있게 된 것도 그분 덕분이죠.”

이 행장은 이날 인터뷰 자리에 나오면서 몸에 착 달라붙은 슈트와 눈이 번쩍 뜨이는 주황색 타이를 맸다. “안경을 바꾸니 더욱 젊어 보인다”고 했더니 “남들이 학구적으로 보인다고 한다”고 말했다.

“내가 빙긋 웃고 좋아하면 직원들이 ‘내가 잘했구나’ 생각하고, 인상을 쓰면 ‘오늘 깨지는구나’라고 지레짐작합니다. 예전에는 넥타이도 이렇게 예쁜 것을 안맸습니다. ‘아, 이거 아닌 것 같다. 다 나를 보고 있는데 기왕이면 좀 밝은 타이를 매야지. 내가 웃어야 직원들도 웃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을 했어요. 안경도 밝은 분위기로 바꿨지요. 우리 직원들의 눈동자부터 밝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더 씩씩하게 걷고, 발걸음도 지금보다 빨라지면 좋겠습니다.”

▲1950년 경북 경주 출생 ▲대구고·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한국상업은행 홍보실 실장 ▲한빛은행 인사부 부장 ▲한빛은행 기업컨설팅 팀장(부장) ▲우리은행 경영지원본부장(집행부행장)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장 ▲우리은행 수석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