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파문 확산>‘박태규 리스트’ 있나

부산저축은행 로비의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박태규씨는 정치권 등에서 ‘마당발 로비스트’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박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될 것이란 말이 나돌고 있다.

여의도 주변에서는 박씨와 관련된 인사 리스트라는 ‘괴문서’까지 나돌아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이 KTB자산운용을 통해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에서 500억원씩을 투자받아 유상증자를 성사시키는 과정에 개입, 성공보수로 6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 과정에서 박씨가 여당 실세 L의원의 도움을 받았으며, 박씨와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가 L의원과 가깝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또 박씨가 과거 정치권에서 활동하며 언론계 인사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정·관계에 인맥을 쌓았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그러나 박씨의 신상에 대해서는 출신지부터 나이까지 제각각일 정도로 확실히 밝혀진 게 없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부산저축은행을 위해 로비를 한 박태규씨는 69세로 부산에서 건설업을 했고, 경상도 억양이 강하며 서울 워커힐아파트에 살다가 지난 3월 캐나다로 도피한 것으로 안다”며 “이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현 정권의 실세와 두루 교분이 있고, 그 중 한 사람이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씨는 청와대 L씨, 정부에서 일했던 여권인사 S씨 등과도 잘 아는 사이로, 부산저축은행 (로비)일을 맡은 뒤에도 이들과 자주 만났다고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박씨의 나이가 72세란 주장도 있고, 출생지에 대해서도 경남 함안이라는 이야기와 대구·경북지역 출신이란 이야기가 같이 돌아다닐 정도다.

박씨의 인맥에 대해서도 현 정부 유력인사들과 가깝지만, 동교동계 등 구여권의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다는 설이 있다. 소망교회 장로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 역시 동명이인과 혼동한 것이란 주장도 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