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이야기>집안 행운목 20년만에 꽃 피우더니… 부부가 20일 간격 홀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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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1-09-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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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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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아마추어 골퍼 부부가 20일 간격으로 홀인원을 잇달아 작성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오정진(62) 동진산업 회장·박인숙(60)씨 부부가 주인공이다. 오 회장은 지난 4월18일 경기 안성골프장 15번홀(파3·154야드)에서 11번우드로 첫 홀인원을 뽑아냈다. 그가 친 공은 그린 좌측에 떨어지면서 경사면을 타고 핀을 향해 돌진하더니 홀로 그대로 들어갔다. 골프 구력 20년 만에 홀인원을 한 그는 부인 박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보다 10년이나 늦게 골프를 배웠지만 두 차례나 홀인원을 한 아내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여보! 나도 홀인원했어!” 골프를 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올해로 골프입문 10년째인 박씨는 지난 3월29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골프장 오크코스 5번홀(파3·134야드)에서 생애 두 번째 홀인원을 작성했다. 박씨가 이날 왼쪽 벙커를 피해 오른쪽을 보고 우드 9번으로 친 공이 홀로 파고들어간 것. 부인 박씨가 홀인원을 한 지 꼭 20일 만에 남편에게 행운이 전해진 셈. 박씨는 지난 2007년 천안 버드우드골프장에서 가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했다. 박씨는 행운은 ‘잡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으로 믿는다.

박씨의 두 번째 홀인원은 남편의 뜻을 거스른 의외의 결과였다. 박씨는 남편과 이날 저녁 지역의 봉사단체(라이온스클럽 345지구대)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다. 박씨는 이날 라운드를 두고 고민 끝에 ‘부부싸움’을 각오하고 골프장으로 갔던 것. 물론 “선약을 지켜야 한다”며 남편이 극구 반대했지만 “한 자리가 빈다”는 친구들 성화에 못이겨 대타로 나가 이 같은 행운을 얻었다. 아내의 홀인원 소식을 접한 남편은 “왜 일을 저지르고 다니냐”고 핀잔을 줬지만, 그 속내에는 부러움과 질시가 섞여 있었다. 공교롭게도 남편은 이날 라이온스클럽 감사로 선임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이 부부의 행운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일찌감치 예고돼 있었다. 20년 전 집들이 때 지인이 선물해 준 ‘행운목’을 지금껏 애지중지 키웠는데 지난 2월 행운목에서 꽃이 핀 것. 꽃이 피는 경우가 극히 드문 행운목을 두고 부부는 내심 ‘좋은 일이 있으려나’고 기대했다. ‘부부 동시 홀인원’이 행운목에 핀 꽃 덕분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뿐만 아니다. 부부는 그동안 매월 20만원씩 적금식으로 부은 홀인원 보험 덕에 500만원씩을 보너스로 각각 받았다.

이 부부 역시 처음엔 여느 부부처럼 골프로 많이 다투기도 했다. 골프를 먼저 접한 남편이 박씨와 함께 라운드 하며 ‘코치’를 하면서 코스에서 다투기도 했다. 박씨가 골프에 눈을 뜨면서부터는 남편의 ‘필드 레슨’은 ‘잔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박씨는 “그래서 ‘운전’과 ‘골프’는 부부가 함께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면서 “처음엔 좋게 시작했다가 나중엔 자존심을 건드리는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샐러리맨으로 출발한 오 회장은 1994년 지금 회사를 창업했다. 식품회사를 다녔던 인연으로 플라스틱 식품 용기를 만들어 왔고, 20년도 채 안돼 국내 300여개 동종 업체 중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견기업으로 키워왔다. 1988년 골프채를 처음 잡았던 그는 처음엔 남들보다 기량이 늘지 않아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는 “골프란 장갑만 끼면 복잡한 회사일도 잊어버리게 만들고 마음과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라면서 “건강하기 때문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003년 경기 용인시 덕평골프장 10번홀(파4)에서 10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홀로 들어가 이글을 작성하기도 한 그는 3년 전 79타를 쳐 첫 ‘싱글패’를 받았다. 그는 “그날은 최경주 선수가 와서 대신 쳐준 것처럼 치는 샷마다 핀에 붙었고 퍼트도 쏙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라운드를 한다는 부인 박씨의 기량은 90타대를 치는 ‘보기 플레이어’ 수준. 하지만 나이에 비해 유연성이 돋보이는 스윙을 구사하는 데다 연습스윙도 하지 않는다. 박씨의 별명은 ‘퍼터 박’. 친구들이 그린에 올라만 오면 홀에 쏙쏙 집어넣는 그의 퍼팅 실력을 보고 지어준 것. 최근 아이언의 손맛에 골프 치는 재미가 새롭다는 박씨의 소원은 ‘이글’을 잡는 것이다. “홀인원이 행운이라면 이글은 진짜 실력으로 얻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최근 홀인원으로 기세가 오른 남편이 자신을 빗대 ‘아직 이글을 못한 사람도 있나’라고 하는 말이 듣기 싫어서다.

이 부부의 골프사랑 못지않게 큰아들은 한술 더 떠 몇해 전 ‘티칭 프로’ 자격증까지 딸 정도로 더 열성적이다. 매월 한 차례 이상 가족골프 모임을 갖는다는 이 부부는 최근 한 골프케이블에서 주최한 가족대항 골프대회에 ‘부창부수팀’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오 회장은 가족이 함께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비결은 “간섭을 안 하고 각자 골프를 치는 게 평화의 비결”이라고 했고, 박씨는 “가족들과 늘 건강하게 함께 골프를 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
사진=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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