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한 문장 한 문장 文香이 느껴지는 글

난향 바라기 / 김웅식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봇물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쓴 글이 절대 공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신문 기자 출신으로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그가 글을 쓸 때마다 얼마나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공을 들이는지 짐작할 수 있다.

책 앞 쪽의 글은 생활 속에서 느낀 바를 자유롭게 쓴 수필이며, 나머지는 신문에 연재했던 기행문, 서부 경남의 맛집과 예술공간, 인물 소개 글들을 모은 것이다. 글의 한 편 한 편마다 문장을 통해 삶의 도를 닦았던 옛 선비들에게 있을 법한 품격이 배어 있다.

표제작 ‘난향 바라기’의 한 대목. “난초를 가까이 하고 있노라면 웃음 지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다.

난 화분에는 선물하는 이의 애정과 너그러움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잠자는 아가의 얼굴에 번지는 웃음은 막 벙글어지는 난초 꽃의 순수를 닮았다.”

마구 내지르는 인터넷 잡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렇게 단아한 격을 갖춘 글을 만나기는 어렵다.

귀한 문향(文香) 속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다. 글쓴 이의 어진 인품을 능히 헤아릴 수 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