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내부 평판 신입사원에게 들어라

평판을 경영하라 / 로사 전 지음 /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우선 로사 전(Rosa Chun·45)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의 저작물이라는 데서 주목된다. IMD 사상 첫 한국인 교수인 전 교수는 ‘평판인식 차이(Reputation Gap)’ 이론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평판 전문가이다.

그는 10년 전 영국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기업 평판 척도(Corporate Character Scale·CCS)’를 제시한 후 동료 학자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이를 발전시켜왔다. 이 척도는 기업을 사람에 비유해서 ‘선(善)’ ‘흥(興)’ ‘능(能)’ ‘격(格)’ ‘권(權)’ 등 5개의 키워드로 평판을 측정하는 기법으로, 그동안 3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과 학교, 국가, 관공서 등의 평판 측정에 사용됐다. 전 교수에 따르면, “이 의인화된 평판 척도는 중국어, 인도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한국어, 터키어로 번역된 설문지가 사용돼 왔는데, 한국어로의 정식 출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평판이 좋은 회사는 고객의 호감을 사며,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다. 경쟁사보다 평판이 좋으면 투자자들을 상대적으로 쉽게 끌어들이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외부의 평판을 좋게 얻기 위한 이른바 ‘평판 경영 전략’을 펼친다.

그런데 과연 외부의 평판만 좋게 받는다고 기업이 지속 성장하는 것일까. 전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이 대목이다. 2001년 미국 엔론사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6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미국 기업’ ‘최고의 직장 100’ ‘가장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 ‘500대 기업’ 등에 한꺼번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엔론은 바로 그 해에 파산해 업계에서 사라졌다. 내부의 환부를 모르는 외부 평판의 맹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외부 평가가 재무 성과에만 큰 비중을 두고 발표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모순이 생긴다고 전 교수는 지적한다.

외부 평판에 연연해하는 기업은 회사 바깥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에 치중한다. 하지만 외부에 홍보한 정보가 내부 직원이나 협력사가 인식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면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시대에는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따라서 진정한 지속성장과 경쟁우위를 쌓으려면 외부 평가에만 연연해하지 말고, 직원·파트너 등 내부인들이 바라보는 평판을 우위에 두고 더욱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전 교수팀의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내부와 외부 평판의 차이가 작을 때는 기업에 특별한 매출 변화가 없었던 반면, 내부 평판이 외부 평판에 비해 현저히 높을 때는 매출 성장 폭이 굉장히 높았다. 반대로, 외부 평판이 내부 평판에 비해 높은 경우에는 매출이 꾸준히 하락했다. 요컨대, 직원이 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느낌이 직원의 태도로 연결되고, 그것이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 평판과 내부 평판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 교수는 ‘기업 평판 척도’로 5개의 키워드(善, 興, 能, 格, 權)와 10여개의 하위 키워드를 제시,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평판을 다중적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선(善)’은 직원들의 애사심을 복돋워서 위기 때에 결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흥(興)’은 내부인과 소비자 모두를 열광시키는 힘이다. 애플사가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그러하듯이 충성맨을 모은다. ‘능(能)’은 근면성에 대한 직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장 전망이다. ‘격(格)’은 브랜드, 가격에서의 차별화를 뜻한다. 이 경우 내부 평판이 외부 평판보다 떨어질 경우에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모든 조직에 존재하는 ‘권(權)’은 과하게 행사하면 내부 직원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 교수는 책 말미에 “국내 기업들로부터 ‘벤치마킹할 선진국 사례는 없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며 “그럴 때마다 내부 평판을 벤치마킹하기에 제일 좋은 대상은 신입사원들이라고 답한다”고 적었다. 이들이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기대와 꿈, 그것이 1년 후에는 어떻게 변하는지를 부정적인 면까지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는 문화를 갖고 있다면 그 기업은 지속 성장의 중요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