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깐깐 멘토’ 윤상 “뜨고 싶은 애들은 절대 사절”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안경 너머로 비치는 쓸쓸한 눈빛의 싱어송 라이터 윤상은 ‘왁자지껄’ 예능 프로그램과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그에게 어울릴법한 방송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격조 있는 음악전문 프로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정도랄까. 하지만 그의 선택은 예상을 비켜갔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MBC ‘위대한 탄생’ 시즌2(이하 ‘위탄2’)의 심사위원(멘토)으로 나선 것이다.

그의 의외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자신 없으면 굳이 하지마라” “여긴 댄서를 뽑는 곳이 아니다” 등의 독설(?)을 내뿜으며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윤상’을 검색어로 넣으면 ‘독설’이 맨 먼저 올라올 정도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윤상은 “누군가는 떨어뜨려야하고 또 누군가는 키워야한다는게 부담스러워 멘토로 출연해달라는 제의를 거절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저인망식으로 음악하는 친구들을 뽑는 최근의 시스템 자체를 피해갈 수 없겠다는 ‘현실 인식’과 같은 시기에 함께 음악을 했던 가수 이승환의 출연도 더는 그를 버틸수 없게 했다.

“방송을 안하고 살면 모를까 기왕 할거라면 ‘눈 똑바로 뜨고 도전에 참여한 친구들을 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런 그의 결연한 다짐은 ‘편집’이라는 프리즘을 거치면서 굴절돼 시청자들에게는 ‘독설’로 비쳐진 것 같았다.

―‘위탄2’다섯명의 멘토(이선희·윤상·이승환·윤일상·박정현)중 ‘악당 캐릭터’가 됐는데.

“사실 ‘독설’은 별로 안했는데 TV를 보니 초등학교 동창인 PD가(편집을 통해) ‘그 지경’을 만들어놨더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웃음). 그런데 나쁘진 않다. 난 도전자들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하고 지적하는게 중요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 친구들은 별로 상처 안받더라.”

―멘토들끼리 신경전도 대단하던데 평가 기준이 다른 네사람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

“다섯 사람이 모두 자기 개성대로 보는거다. 출연자들에게 음악적 다양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많이 다를수록 좋은 것 같다. 그들도 모두 개성이 다르지 않나. 그들이 어떤 멘토에게 선택받느냐, 반대로 5표를 모두 받은 참여자가 어떤 멘토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거다.”

―멘티를 각자 4명씩 뽑은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친구들을 뽑았나.

“굳이 내가 안뽑아도 음악을 계속할 친구들을 뽑았다. 나한테는 딱 올 친구들이 왔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넷중 셋은 오디션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 음악한다고 젊음을 탕진할 친구들일거다. 멘토 전원에게 러브콜을 받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날 선택 안했다. 다행이다.”

―위대한 캠프 과정에서 장솔에게는 두번의 부활의 기회를 줬다.

“그 친구는 곡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자작곡을 들어봤는데 그 노래가 또 매력이 있더라. 서바이벌에서 이겨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를 통해 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끝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부활시켰다.”

―하려던 이야기라 하면.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를 조소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대중취향적인, 스타가 될 친구들을 뽑는거니까. ‘위탄’은 다행히 비주얼에 치중하지 않지만. 난 ‘위탄’에서 ‘뜨고 싶은’ 친구들보다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을 발굴하고 싶고, 그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는게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건 뭔가.

“당연히 귀다. 물리적으로 소리도 잘 들어야하지만 들어온 소리를 분석할 수 있는 뇌도 좋아야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귀와 뇌를 통해 인지된 소리를 가슴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다. 그건 선천적인 재능일 수도 있겠는데 훈련에 의해 충분히 발전한다. 이젠 음악을 하려면 이론도 필수가 됐다. 그걸 갖출수록 느끼는게 풍부해지니까.”

―출연자들의 멘토로 활동하는데, 멘토로 삼아온 사람이 있나.

“가수로는 조용필 선배를 가장 존경한다. 하지만 어렸을적부터 멘토로 가슴에 품은 분이 있다. ‘사랑과 평화’를 만든 분이자 우리나라 편곡의 대가인 김명곤 선배다. 그런데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가슴이 무척 아프다. 나를 참 예뻐해주셨는데 그 당시엔 대선배다보니 정작 음악 이야기는 못하고 말았다. 10년전쯤 돌아가셨거든.”

―당신을 그분처럼 생각하는 친구가 있을 것 같다.

“아직 내가 멘토가 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선 나부터 잘해야겠지하는 생각이다. 내가 멘토로서 보여줘야하는 가장 큰 미덕은 친구 같은 자세여야 한다는거다. 멘토와 멘티 사이에 권위라는 벽이 가로 막혀 있으면 소통은 어렵지 않겠는가.”

―음악의 힘은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생각하는 음악의 힘은 ‘위로’다. 슬픔은 줄이고 기쁨은 늘리는 그런 힘이 있다. 클래식과 달리 가사까지 있으니까 더욱 그럴거다. 그런데 이제 음악이 사람을 위로하는 시대는 간 것 같아 안타깝다. 핸드폰이며 컴퓨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상은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음악은 그런 흐름 속에서 이제 ‘배경’이 되버리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 음악의 미래를 걱정할 때다.”

―음악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플레이어를 제대로 길러야 한다. 어린 친구들에게 댄스를 가르치지 말고 악기를 안겨줘야한단 말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악기 연주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은게 생겼으면 좋겠다. 내가 너무 세상물정 모르는건가.”

박미영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