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파문 박희태 의장 귀국>점점 ‘윗선’ 향하는 檢의 칼끝

박희태 국회의장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18일 오전 귀국한 가운데 검찰이 구속된 안병용(54)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등을 상대로 2000만원의 출처를 집중 추궁하는 등 검찰의 칼날이 ‘윗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안 위원장 이외에도 금품을 돌린 당직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바닥을 훑는 등 수사가 상하·종횡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특히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수사과정에서 돈의 흐름과 관련된 중요 단서 몇 가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흐름 아래 김효재(60)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재정을 담당하던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공보나 메시지 업무를 담당한 이봉건(50)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소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장의 경우 단순히 보고만 받았으면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18일 “이번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이 정치권의 ‘불법적인 관행’으로 이뤄졌다고 보이는 만큼 안 위원장 ‘급’의 또 다른 간부들이 돈봉투를 뿌렸을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검찰은 귀국한 박 의장이 “검찰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는 등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정치적인 부담 없이 ‘윗선’ 수사에 집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현재 안 위원장이 서울지역 구의원에게 뿌린 2000만원과 박 의장의 전 비서인 고명진(40)씨가 고승덕 의원에게 건넨 300만원 등 자금의 흐름을 쫓으며 ‘윗선’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당대표 후보 캠프 인사들이 한결 같이 금품전달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돈의 흐름과 관련된 단서 몇 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수사에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돈의 흐름을 차근차근 추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당시 박희태 캠프를 실질적으로 움직였던 김효재-조정만-이봉건 등 캠프 3인방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설 연휴 이후에 소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조 수석 등 관련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는 대로, 박 의장에 대한 조사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밑에서부터 위로 소환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나라당 전국 245개 당협 중 서울지역 외 다른 당협의 사무국장들에게도 돈봉투가 건네졌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현일훈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