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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2월 10일(金)
뇌물 200궤짝 챙겨 조선 떠난 明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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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풍속화가 김준근의 ‘액막이 무속 의식’. 하멜은 조선인들이 의사보다는 장님이나 무당에게 더 많이 의존하는 것을 보았다. 글항아리 제공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조선시대에는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인조차 함부로 들어와 사는 것이 금지됐고, 합법적으로 조선 땅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엄격히 제한됐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조선에 왔다 간 흔적을 남긴 외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이방인은 조선을 왜 찾아왔고, 조선을 어떤 모습으로 바라봤을까.

이 책은 조선 땅에 들어와 조선을 만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선을 가장 많이 다녀간 이들은 역시 중국 사신들이었다. 학계에서는 1392~1634년까지 명이 사신을 조선에 파견했던 횟수를 188회, 청이 칙사를 보낸 횟수는 245회로 추산한다. 주목할 대목은 16세기까지 조선에 왔던 칙사들 중에는 환관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들 칙사는 갖가지 무리한 요구로 조선 조정을 괴롭혔는데, 조선 출신의 명나라 칙사 윤봉은 그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윤봉이 1429년 명으로 귀환할 때 챙겨갔던 뇌물은 무려 200궤짝이나 됐다.

17세기 이후에는 중국과 일본 이외 서양의 이방인들이 눈에 띈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은둔의 나라’였던 조선과 문화가 전혀 다른 이들 서양의 이방인들이 남긴 기록은 단연 눈길을 끈다.

특히 17세기 중엽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원으로 일본 나가사키(長崎)를 향해 항해하다 폭풍우를 만나 본의 아니게 13년여간 조선에 머물렀던 하멜의 표류기는 그가 조선 땅에서 살았던 긴 세월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사연을 담고 있다. 하멜은 표류기에 낯선 조선 땅에서 느꼈던 절망과 희망은 물론, 조선의 풍속과 문화, 정치와 사회, 종교생활까지 세세하게 기록해 흥미롭다.

“기생과 함께 놀기를 좋아하는 고관들은 사찰을 이용하며, 그래서 사찰이 도량보다는 매음굴이나 술집으로 이용되기도 함”, “독신 남자가 유부녀를 간통하면 그의 얼굴에 석회를 칠하고 두 귀에는 화살을 찌르며 등에는 조그만 북을 붙들어매게 한 뒤 네거리에서 그것을 두드리며 치욕을 보임”,“조선인들은 단지 12개의 국가만 알고 있으며 우리를 남만국(南蠻國)이라고 부름.”

그런가 하면 조선을 잠깐 다녀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터를 잡고 살다가 죽을 생각으로 온 서양의 이방인들도 있었다. 프랑스의 천주교 선교사들이 그들이다.

1866년 조선 천주교회의 수장이었던 시메옹 베르뇌 주교는 의금부 심문관이 죽이지 않고 석방해서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하자 이렇게 대답했다.“천주교를 자못 널리 전하여 교우들도 많아 이미 이 땅에서 편안히 사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참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습니다. 정말로 만약 죽이지 않고 그대로 살게 한다면 큰 다행이 될 것입니다.”

제5대 조선 천주교 교구장을 지낸 프랑스인 마리 다블뤼 주교는 조선 사람들이 따뜻한 가족애를 지녔다고 기록했다. “조선 사람들은 자기 아이들을 끔찍이 생각하며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그러므로 이 나라에서는 딸이든 아들이든 어떤 자식도 내버리지 않습니다.” 일본과 중국에서 그린 조선 지도와 구한말부터 식민지 시기까지 발행된 여행 기념 사진엽서 등 다양한 화보와 사진은 읽는 재미를 더하며, 이방인의 눈에 비친 조선 시대로의 여행을 생생하게 안내해준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e-mail 김도연 기자 / 전국부 / 부장 김도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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