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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2년 02월 29일(水)
한국 유기농의 무한한 價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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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동아시아문명학

불교의 법화경을 보면 ‘무가보주(無價寶珠)’, 즉 무한한 가치(價値)를 지닌 보석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나온다. 친한 친구가 많이 취했을 때 옷 속에 귀한 보물을 넣어 두었으나 그 친구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계속 가난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동아시아에서 무시받아온 유기농법 전통을 재발견하는 차원에서도 유용하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유기농법은 약간의 수정만 한다면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보석인 것이다. 이러한 잠재력은 이미 한 세기 이전에 프랭클린 킹 미국 위스콘신대 농업경제학자에 의해 자세하게 연구된 바 있다. 그는 1907년 한국과 중국, 일본을 장기간에 걸쳐 여행하면서 세심하게 농업 관행을 조사하고 1911년 연구 결과를 담은 저서인 ‘400년을 이겨낸 농부들―중국과 한국, 일본의 영구적 농업 기법’을 출간했다.

킹 박사가 동아시아 농업에서 감명을 받은 것은 토지의 높은 효율성이었다. 아주 적은 땅, 예를 들어 식사 테이블 크기만 한 땅에도 적절한 관개(灌漑)수로가 있고, 아시아의 높은 인구밀도를 지탱하는 수단으로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농토에 대한 영양분 공급 체계에 주목했다. 근대화 이전에 한국에서는 인간이나 동물의 배설물, 채소 쓰레기나 재 또는 다른 생활 쓰레기들은 한 곳에 모아 거름으로 만들어서 다시 논밭으로 돌려보냈다. 연암 박지원의 18세기 소설 ‘혜덕선생전’에도 밤에 화장실에서 인분을 퍼다가 낮에 농부들에게 비료로 파는 사람이 나온다.

강수량에 관계없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물을 효율적으로 모으고 농토로 보내는 크고작은 관개수로 체계에 대해서도 킹 박사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매우 복잡한 격자 모양으로 된 수로에 의해 지탱되는 폐쇄적 관개 체계는 영양분을 유지시키고 호우가 내려도 그 영양분이 바다로 쓸려가지 않도록 하는 훌륭한 시설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문화 차원의 관찰도 병행했다. 그 결과 동아시아에는 농지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영원히 지속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문화가 배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또 동아시아의 채식주의 식사 관행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시아인의 식습관에서 야채와 곡식이 주식이라는 점을 지속 가능한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소나 양 고기 등은 피하고 돼지고기와 닭고기 섭취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면 토지에서 나오는 영양분 비중은 크게 높아질 것이고 손실은 줄어들 것이다.

동아시아의 전통은 일반적으로 아시아에서 20세기 사회 발전을 지연시킨 요인으로 여겨지지만 그런 전통이 금세기에 적용 가능한 잠재성을 제공한다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한국의 유기농 전통은 오늘날의 한국에 영감(靈感)을 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농촌 지역을 재창조하거나 도시인들 사이에 아파트 베란다를 활용한 농사를 유행시킴으로써 한국을 더욱 균형잡힌 사회로 복원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는 유기농 분야에서 한국이 새로운 선두 주자로 나설 수 있는 지식의 보고(寶庫)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의 유기농 전통은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제3세계 국가 발전 지원 사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많은 개발도상국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이다. 유기농법에 대한 경탄할 만한 전통은 ‘한국식 국가 개발’이라는 개념에서 중심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유기농 전통은 여전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등공신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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