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세탁·허위 난민신청… 파키스탄 브로커들

한국에서의 장기 체류를 원하는 파키스탄인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위조 여권을 만들어 주고 난민 신청을 도운 파키스탄인 일당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잦은 내전과 테러를 겪고 있는 아프간 출신들이 국내에서 난민 자격을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9일 불법 체류 경력으로 국내 재입국이 어려운 파키스탄인들의 국적을 아프간으로 세탁해 국내로 밀입국시킨 뒤 허위로 난민 신청을 하도록 도운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알선 총책 칸모(48)씨와 브로커 바모(34)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일당의 도움을 받아 가짜 여권으로 국내로 들어온 뒤 허위로 난민 신청을 한 아모(37)씨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고 이 중 아씨는 강제 출국됐다.

경찰에 따르면 칸씨 등은 지난 2009년 국내에 불법 체류한 경력이 있어 재입국이 어려운 아씨 등의 부탁을 받고 여권을 위조해 이들의 국적을 아프간으로 세탁했다.

칸씨 등은 이후 수출용 컨테이너 관리업자 고모(37)씨에게 부탁해 아씨 등과 컨테이너 이용 계약을 맺은 것처럼 허위 초청장을 발급하도록 하고 위조 사업자 등록증도 제공, 아프간 카불 주재 한국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하는 것을 도와줬다.

이런 수법으로 국내에 밀입국한 아씨 등은 장기 체류할 목적으로 ‘아프간 현지에서 가족들이 테러단체에 살해 위협을 당하고 있고 자신이 귀국하면 위험하다’는 내용의 허위 난민인정신청서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려 했으나 실제 성공하진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칸씨는 불법 밀입국과 난민 신청을 돕는 대가로 이들에게서 1인당 5000~1만달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지역은 신원 확인과 관련 서류 진위 판단이 쉽지 않다”며 “이들 지역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철저한 신원 확인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민환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