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규제 공존 ‘新세계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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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3.0 / 판카즈 게마와트 지음, 김홍래·이영래 옮김 / 지식트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시장과 세계화에 대한 믿음을 재고하게 됐다. 세계 경제는 실제로 얼마나 통합돼 있으며, 어느 정도의 규제가 적절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하나의 차원으로 결합시켰다. 규제 철폐와 함께하는 세계화인가, 그 반대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로 논쟁을 전개해 왔다.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인 게마와트 교수는 국가 간 통합과 그 의미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화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20년 이상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해왔으며 2008년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중 최연소 석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화주의자도 세계화 반대주의자도 아닌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화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먼저 저자는 인류 역사를 월드 0.0, 월드 1.0, 월드 2.0, 월드 3.0으로 구분한다. 월드 0.0은 신석기 혁명 전까지의 세계관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미미했으나 자기 부족 외에는 믿을 수 없어 지역을 벗어난 곳에 있는 ‘그들’과의 협력은 꿈도 못 꾸었으므로 성장 역시 최소에 그쳤던 세계관이다.

월드 1.0은 자기 부족이라는 영역이 국경으로 대체된 주권 국민 국가 시대의 가치관으로, 인간들 사이의 협력 규모가 국지적인 수준에서 국가적인 수준으로 확대됐다.

2000년을 전후로 세계 각국은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세계화에 빨리 뛰어들어야만 종족은 물론, 국가 구조가 평평해질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는데 모든 것을 놓고 어디서나 경쟁을 벌이는 국면의 세계관이 월드 2.0이다.

월드 2.0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금융위기 같은 시장 실패가 발생하자 그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세계화 반대주의자들은 세계화가 자본, 인력, 정보 등을 통합하면서 이 문제가 생겼으므로 다시 보호주의와 같은 정책과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식의 월드 1.0적 세계관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새로운 대안으로 월드 3.0의 세계관을 제시한다. 그는 세계화가 아직 절반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제시하며 월드 2.0주의자들의 규제 없는 세계 통합이나, 월드 1.0주의자들의 세계 통합 없는 규제 모두를 비판한다.

저자는 나아가 규제와 세계화를 공존시켜야만 시장 실패 예방은 물론 온실가스 문제와 같은 폐해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와 다양한 관점으로 증명해낸다.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획기적인 증가가 실현될 새로운 세계관이 바로 월드 3.0이다.

미셸 캉드쉬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 책은 세계화, 시장 실패, 시장 통합을 생각하는 포괄적인 사고의 틀로, 기업 임원, 고위 관료, 기업, 정부에 큰 통찰력과 실용적인 어젠다를 설정해 준다”며 “세계화의 거대한 잠재력을 이용하면서도 자본 역전과 자본 불균형을 관리하자는 그의 견해는 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