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영화 ‘코리아’(3일 개봉)에서 북한 탁구선수 리분희 역할은 수많은 여배우들이 탐내던 자리였다. 카리스마와 따뜻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 배두나(33)는 이 역의 제의를 받고 문현성 감독에게 물었다. “누가 해도 괜찮은 역할인데, 정말 제가 해도 되겠어요?” 그가 이런 질문을 한 건 연기력이 아니라 나이 때문이었다.
실제 나이보다 10세가 적은 23세 연기를 해야 하는 부담이 계속될 때, 연극배우인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40대 배우가 무대에서 30대 캐릭터 연기를 하는 건 괜찮지만, 20대가 30대 연기를 하는 건 어렵다. 나이가 있는데 어린 역할을 하는 건 연기의 무게감이 있어 보기 좋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용기를 얻었다.
배두나의 국내 영화 출연은 ‘괴물’ 이후 6년 만이다. 그간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없었던 탓에 몸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사실 오랫동안 탁구 영화를 기다려왔어요. 특히 ‘코리아’에서 리분희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제 딴에는 못해본 역할이라 끌리는 부분이 있었고, 그간 해왔던 영화와는 다르지만 제가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어요. 영화도 흥행할 것 같았고요. 호호.”
‘코리아’는 1991년 일본 지바(千葉)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남북단일팀이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그러나 다른 스포츠 영화처럼 경기 그 자체에 열을 올리지 않고, 경기 속에 나타난 남북 선수 간의 캐릭터와 심리 묘사에 치중한다. ‘북한의 차도녀’ 같은 이미지로 처음엔 ‘냉기류’를 이끄는 배두나는 차츰 마음의 문을 열면서 ‘따뜻한 언니’로 변해간다. 그는 “그간 동그란 눈으로 세상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고개를 쳐들고 눈을 내리깔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며 “내 얼굴 중 처음 보는 각도였다”고 했다.
“실제 리분희 선수는 감정 표현은 절제하지만, 무게감을 가진 캐릭터는 아니라고 들었어요. 그 힌트를 얻고 제가 좀 더 극대화한 것 같아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리 선수가 인민 영웅이고 세계 랭킹 3위의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선 촌스러움을 부각시키는 등 시나리오상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촬영하면서 그런 부분이 상처가 됐어요.”
강한 북한 액센트에 단단한 표정 때문에 리분희 역은 쉽게 튀지만, 캐릭터의 면면을 읽기에는 부족한 점도 없지 않다. “저도 그게 안타까운 지점이긴 한데, 보편적 상업 영화의 특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저는 이미 마음을 먹고 나갔어요. 공을 차고 나가는 선수는 (하)지원 언니이고, 수비는 제 몫이라고요. 극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고 따라가면서 조금 더 맛깔난 연기를 보여주자는 단순하면서 소박한 욕심이 있었을 뿐이에요. 튀지 않으면서 파워풀한 이미지를 강화하려고 신경 썼죠.”
배두나는 “감정을 감추려는 캐릭터인데, 영화 촬영이 끝난 뒤 그때의 감정이 자꾸 되살아나는 것 같다”며 “‘코리아’ 후유증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글 =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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