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읽고 쓰는 것’에서 혁명이 일어난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

“마르틴 루터가 일으킨 ‘대혁명’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하지요. 대혁명이란 성서를 읽는 운동입니다.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요? 성서를 읽었습니다. 그는 성서를 읽고, 성서를 번역하고, 그리고 수없이 많은 책을 썼습니다. 이렇게 하여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책을 읽는 것, 그것이 혁명이었던 것입니다.”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란 부제가 붙은 책은 저자가 책과 혁명에 관한 생각을 자유롭게 쓴 에세이다. 현대 일본 사상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평가이자 젊은 지식인인 저자(39)는 루터를 비롯해 마호메트, 니체, 도스토옙스키, 프로이트, 라캉, 버지니아 울프 등 수많은 개혁가와 문학가, 철학가를 통해 ‘책이 곧 혁명’임을 역설한다.

저자에 따르면 혁명이란 폭력이 아니라 문학이다. 읽고 쓰는 것, 그 자체가 혁명이라는 것. 그래서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난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강조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문학은 소설 같은 것이 아니라 더욱 넓은 의미로 쓰인다.

문학과 예술, 혁명은 끝을 모르며 끝날 수도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현대의 종말론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현대에 들어와 종교와 철학, 문학 등의 종언이 이야기되는데, 이는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 자의 변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