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유럽發 경제충격 최소화 방안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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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유로존 위기가 심해지면서 한국 증시(證市)에는 메가톤급 해외 악재가 연이어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그리스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전이(轉移)되면서 유로존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은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5배 가까이 크고, 유로존 국가 중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4번째다. 스페인이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유로존은 붕괴될 가능성이 짙다.

실제로 경쟁력이 낮은 남유럽 국가들이 현재의 재정위기를 타개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환율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수밖에 없다.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탈퇴가 전망됐지만, 최근 스페인경제까지 어려워지면서 유로존 붕괴가 예상보다 빨리 진전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유럽경제는 격심한 경기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국경제 또한 다시 침체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불안정한 유럽경제 때문에 투자와 소비가 다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중국경제도 경착륙이 예상된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침체될 경우 중국 경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경제는 이미 수출이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둔해지고 있다.

한국경제도 격심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는 지금도 일자리 부족으로 실업이 늘어나면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 및 중국 경기까지 침체될 경우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기는 더욱 침체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선진국 경기만 침체됐으나, 이번엔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국 경기까지 침체되면서 한국의 수출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또 다른 배경은 마땅한 경기부양 정책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높은 생활물가를 고려하면 수출 증대를 위해 환율을 높이기도 어렵다. 이미 늘어난 유동성을 고려하면 금리를 낮추는 일 또한 쉽지않으며, 금리를 낮춰도 내수가 늘어나긴 어렵다. 경기를 부양시키려면 재정정책밖에 없는데 이미 상반기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서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은 소진됐다. 그러면 추가경정예산이나 연기금 지출을 늘여야 하는데 이는 결국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늘어나게 한다. 부작용 없이 경기를 부양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과 금융시장 또한 큰 혼란이 예상된다. 유로존 위기가 지속될 경우 자금이 필요한 유럽 금융회사들은 우리나라에 투자한 주식 투자자금을 회수할 것이다. 여기에 수출 감소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경우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외국인들의 주식 투자자금 유입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 밖에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도 염려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될 경우 국가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유입되던 자본이 들어오지 않아(sudden stop) 외환 부족을 겪을 수 있으며, 경기침체로 기업이 도산할 경우 금융회사가 부실화하면서 금융위기 또한 초래될 수 있다.

유로존 붕괴 위험이 커질 경우 미국은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유로존 역시 재정 지원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록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짙다. 한국경제가 과도하게 침체되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겪지 않게 하려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경기침체를 막고 환율을 높여 경상수지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외발 증시 악재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