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행복’의 大전제는 튼튼한 安保와 經濟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행복의 길, 이 길이 박근혜가 가고자 하는 새로운 국가 발전의 길”이라고 부연하고, 이를 위한 3대 핵심과제로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제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제18대 대선을 5개월여 앞둔 현시점에서 확실한 선두주자이고, 집권 여당의 후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그의 출사표는 다른 주자들의 그것과는 비중이 다르다. 박 전 위원장은 스스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말했듯이, 자신이 5년 전 한나라당 경선에 출마하면서 제시했던 ‘선진국’ ‘작은 정부, 큰 시장’ ‘줄푸세(세금 줄이기, 규제 풀기, 법질서 세우기)’ 공약의 기조를 뒤집었다. 그동안 국가경제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소득 양극화, 청년실업, 노년빈곤 등의 문제가 악화한 것에 비춰보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국민 행복은 결코 그저 떨어지지 않는다. 튼튼한 안보와 건실한 경제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박 전 위원장의 안보 인식은 여전히 불명확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을 제안하면서 남북한 간 및 북한과 국제사회간의 기존 약속 존중, 정치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인도적·호혜적 교류사업, 남북간 경제협력 다양화 등 3가지를 축으로 제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 쪽으로 이동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햇볕정책은 이미 파탄으로 결론났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우려된다.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개혁·개방의 압력을 받고 있는 북한에 엉뚱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종북(從北)세력이 국회에서까지 활개치기 시작한 현실을 감안하면 안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일본의 재무장화 시도와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 동북아 정세 변화 역시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에게서는 이런 도전들에 대한 구상을 읽기 어렵다. 안보 없이는 국가가 없고, 국가 없는 국민이 있을 수 없다.

경제민주화 담론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 없는 복지, 기업 없는 일자리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복지와 일자리만 강조하고 성장과 기업 경쟁력은 외면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집권 구상·공약에서 새롭게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