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느낌과 감각으로 경험하는 자연관찰기

‘차갑고 기계적인 학문이며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 자연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독일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사람들의 이 같은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자연과학은 경제, 기술 또는 의학적 용도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문화적이며 미학적인 활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구름, 새, 산, 호수를 비롯해 옛날 옛적에 존재했던 땅,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태양 등 자연의 수많은 형상과 피조물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과 관찰을 진행한다. 하지만 실험을 위한 도구는 전문 장비를 쓰지 않는다. 망원경이나 현미경, 시험관도 사용하지 않고 현장에서 쓰는 줄자나 확대경도 없다.

그저 흔히 갖고 있는 포스트잇이나 CD, 완두콩과 접시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을 활용해 태양의 궤도를 좇고 별의 거리와 각도를 계산해내며 박테리아를 배양한다.

도구 대신 자세히 들여다보는 법을, 듣는 법을, 느끼는 법을, 맛보는 법을, 냄새 맡는 법을 계속 배울수록 인식은 더욱 깊어진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자연현상에 숨겨진 시적인 아름다움을 속삭이듯 전하는 책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자연과학의 원리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레 풀린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