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 ~ 60년대 명동 주름잡던 낭만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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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아가씨 / 김미선 지음 / 마음산책

“나는 M거리로 발길을 돌렸다. M거리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인생에 참여한 기쁨을 이 지역에서만큼 만끽할 장소도 없다. 모두 바쁘다. 활발하고 생기가 넘쳐 흐른다. 나는 마음이 우울하거나 할 때 거리의 이런 분위기에 젖어보려고 자주 찾아온다.”

‘현대문학’ 1956년 8월호의 ‘장장하일’에서 소설가 최일남은 “사람마다 옷 입은 것 하나하나에도 나무랄 데가 없다. 어쩌면 저렇게 사람들이 매끈할 수 있을까”라며 M거리, 즉 명동을 ‘카멜레온’에 비유하며 예찬했다.

이즈음 해외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한류 관광’의 중심지, 명동은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에겐 젊은 날의 낭만이 깃든 추억의 명소다.

조선시대 명동지역은 권세없던 양반이 머물던 곳이었으나 임오군란 이후 남산골 진고개에 일본공사관이 들어서면서 일본인 거류지가 형성됐다. 일본인에 의해 새로운 소비공간, 근현대사의 주요 무대로 대두한 일제강점기의 명동 상가에는 일본 과 서양에서 들여온 낯설고 신기한 외래문화가 넘쳐났다. 일제강점기부터 명동은 다방, 극장 그리고 의상실·미용실이 밀집해 있는 문화 및 패션과 소비의 중심지였다.

한국전쟁 후 이 지역으로 양장점·미장원·양복점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게 됐고, 가장 번화한 곳이자 금융 상업 및 문화 예술 중심지, 최첨단 유행에 가장 민감한 곳이 됐다.

해방과 전쟁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명동은 쇠락과 재건을 경험했고, 21세기에도 명동시대의 신화는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강남시대가 시작되기 이전, 명동은 문화예술인들이 교우하며 술과 작업에 얽힌 각종 기행이 입소문을 타는 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그 역할과 기능이 컸다. 다방, 살롱에서 시를 읊고 시대를 논하던 명동시대 문화예술인의 상징처럼 소설가 이봉구는 ‘명동백작’으로 불렸다.

여성학 전공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명동이란 역사적 공간을 여성의 시각에서 다르게 읽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명동은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정체성을 경험하고 새로운 자신을 보여준 무대와도 같은 곳”이라며 명동시대, 명동문화 속 여성을 말한다.

근현대 여성의 소비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근대적 소비공간’이었던 명동, 그 거리의 주역이자 소비자였던 여성 이야기를 ‘명동아가씨’란 제목 아래 재구성한다.

백화점과 옷가게 같은 소비공간이 즐비한 명동은 한편으로 양재 미용학원에서 여성인력이 양산되고 일자리를 찾았던 여성직업인의 공간이었다. 저자는 1950, 60년대 명동시대의 다양한 면모를 ‘여상’ ‘여원’등 당시 잡지 화보 및 당대의 사진 기사 광고 등을 통해 재현하는 한편, 스타와 문화예술인의 공간으로서 명동을 증언한다.

특정시기의 의상실·미장원 위치부터 그곳을 애용하던 스타들의 면모까지, 여성공간으로서 명동을 주목한 이 책은 명동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충실하게 갖추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