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예계 ‘한류스타’에 화풀이… 정준하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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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어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려는 가운데 양국 갈등의 불똥이 한·일 연예계에도 옮아붙었다. 일부 일본 언론과 연예인은 대표적 한류 스타를 반일 연예인으로 규정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이에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일본 측의 도발에 분노하고 있다. 험악해진 분위기에서 일본 내 한류 열풍에도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연예계가 지나친 감정싸움에 말려드는 모양새가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며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독도 망언’으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일본 드라마 ‘전차남’ 등에 출연한 유명배우 이즈미야 시게루다. 그는 지난 20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행사에서 독도 문제에 관한 속내를 거침없이 밝혔다. 이날 그는 “(독도 문제에서) 가장 문제인 것은 (한국의) 스포츠 선수나 가수가 정치적인 언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까불지 마라”고 하거나 “진짜 장난하냐”는 등 거친 표현과 비속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일본의 인기 개그맨이자 MC인 다무라 아쓰시 역시 ‘망언 열전’에 합세했다. 그는 지난 15일과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다” “(한국 대통령은) 일왕(천왕폐하)에 사죄해 주기 바란다”라고 글을 남겼다.

일부 우익 연예인의 극성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위성TV 방송사 BS 닛폰은 송일국이 출연한 한국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강력반’ 방영을 연기했다. 이 방송사는 광복절 독도 수영횡단 행사에 참여한 송일국의 드라마를 방영할 경우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방송사의 홈페이지에는 “방송 연기가 아닌 취소”를 주장하는 일본 네티즌들의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매체인 뉴스포스트세븐은 지난 21일 “배용준과 소녀시대같이 일본에 친숙한 연예인도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주장하고 있다”고 독도와 관련된 이들 연예인의 과거 행적을 집요하게 걸고넘어졌다. 이 밖에 일본 시사 프로그램 등에서는 독도 문제와 한류를 연결 지어 “한국 드라마와 가요 수입을 금지하자”는 주장이 수시로 전파를 타고 있다.

과거에도 한류를 견제하려는 일본 내 움직임이 있었지만 혐한류의 목소리가 일본 연예계에서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갖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양국 연예계의 감정싸움을 틈타 일본 우익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방송인 정준하는 다무라 아쓰시를 직접 언급하며 “다무라 아쓰시. 입 다무라(다물라) 아저씨!”라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으며 가수 사이먼디는 한국인을 욕하는 일본 네티즌에게 “×소리 하지마. 냄새나니까 꺼져”라고 반응해 양국 네티즌으로부터 찬반 양론이 오가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대체로 “할 말을 했다”고 통쾌하다는 반응이지만 일본 네티즌들 역시 이에 지지 않고 맞대응을 하면서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망언에 대한 우리 연예인의 감정적 대응이 갈등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될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사적으로 문화 교류는 집단 간 갈등의 완충지 역할을 했다”며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문화계에서 갈등이 번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이 일본 내 혐한 움직임에 일종의 해금 조치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문화 전문가는 “유명인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과격한 반응은 아직은 일부이지만 평범한 일본인들에게도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것이 ‘나와 남’을 갈라놓는 수법을 쓰는 일본 우익 세력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