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화 잠정 중단>日 “반송된 노다 친서, 다시 송부할 계획 없다”

정부가 반송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항의서한이 24일 ‘원주인’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날 중 등기우편으로 도착할 예정인 노다 총리 서한을 다시 한국 정부에 송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다 총리 서한을 둘러싼 한국의 반송과 일본의 수령 거부로 빚어진 ‘핑퐁게임’은 일단락됐으며 서한은 공중에서 떠돌아다니는 신세를 면하게 됐다. 그러나 일본 측에 의한 ‘외교 코미디’에 가까웠던 이번 ‘실랑이’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지향했던 한일관계에 상당한 상흔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노다 총리의 친서를 반송한 것에 대해 “우편으로 일본 정부에 돌아온 총리 친서를 다시 송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다 총리가 지난 17일 한국 측에 전달했고, 주일 한국대사관이 23일 일본 외무성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뒤 우편으로 반송한 친서 논란은 일본의 우편 수락으로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우편 체계상 등기는 수취인이 분명하면 무조건 수령하게 돼 있는데다, 일본 정상의 서한을 재반송하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면서 “일본 측도 서한을 수령하지 않아서 발신인에게 되돌아가더라도 한국이 재반송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노다 총리 서한 발송과 한국의 반송 과정에서 보여준 ‘외교결례’는 두고두고 논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보낸 과정부터 이례적 외교행보를 보였다는 게 외교가 평가다.

일본 외무성은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들여 친서를 전달한 뒤 30분 만에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공관에 돌아가서 친서 내용을 파악하기도 전이었다. 정상 간 친서 내용을 사전에 미리 공개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한국의 친서 반송 과정에서 보여준 일본 측 태도도 ‘상식 밖’이었다. 김기홍 주일 대사관 참사관이 23일 오전 9시부터 일본 외무성 북동아과장에서 수차례 전화했지만, 어렵사리 연결된 일본 측 인사는 “총리 서한을 반송하러 오는 것이면 안 받겠다”며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김 참사관은 오후 3시40분 외무성에 도착했지만 굳게 닫힌 철문을 통과할 수 없었고, 경비원 3∼4명에게 저지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수교국 간에 문서 수령 자체를 거부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하물며 제2차 세계대전 등 전쟁 발발 직전에 통보하는 선전포고문도 수령하는 게 외교 관례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정상 서한을 사전 공개하고 문서 반송 자체를 거부하는 일본이 한국에 예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