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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07일(金)
테러도 보복도 ‘神의 이름’? 무비판적 신앙을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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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 / 가이 해리슨 지음, 윤미성 옮김 / 다산초당

이 책을 읽고 나면 결코 종교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신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절감할 테니 말이다. 이 책은, 제목과는 정반대로 ‘신을 믿을 수 없는 50가지 이유’에 대해 논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책 제목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분명 ‘사람들이 신을 믿는 이유’ 50개를 들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1 나의 신은 존재한다, 2 믿음은 좋은 것이다, 3 이 세상 사람 대부분이 신앙심을 갖고 있다, …50 종말이 머지않았다. 이처럼 사람들이 신을 믿는 근거 50가지를 차례대로 열거한 후 한 조항마다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그 같은 주장이 기대고 있는 논리가 얼마나 엉성하며, 증거로 제시되는 ‘사실들’이 말도 되지 않는 억측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이 신을 믿는 7번째 이유’로 제시돼 있는 ‘나의 신은 기도에 응답한다’에 대한 저자의 반박이다. 신자들은 자신의 기도에 신이 응답한다고 믿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만약에 내 기도가 이뤄질 수 있다면, 나는 알카에다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을 읽고 자기들의 신앙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아서 다시는 신의 이름으로 살인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게 되기를 빌고 싶다. 그리고 백만장자인 텔레비전 목사들이 ‘신이 필요로 한다’는 이유를 들이대면서, 힘들게 일하고 낮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돈을 끌어가는 짓을 그만하기를 빌고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도가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나는 기도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정연한 반론인가. 알카에다 조직원들의 기도를 그들의 신 알라가 들어준다면 무자비한 테러 행위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가 근절되기를 바라는 다른 종교(특히 기독교) 신자들의 기도가 응답을 받는다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어느 쪽의 기도와도 ‘무관하게’ 진행된다. 테러를 저지르는 자들은 자신들의 ‘신의 이름으로’ 여전히 살상을 범하고 있으며, 이에 반격하는 기독교 신자들의 보복 행위 역시 ‘신의 이름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현실은 신과는 무관하게 ‘인간들의 의지’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지구에는 10억 명이 넘는 이슬람교도와 10억 명에 이르는 힌두교도들, 20억여 명의 기독교도와 10억여 명의 가톨릭 신자들, 그리고 15억 명에 이르는 불교신자와 7억5000만 명의 무신론자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2001년 9월11일 미국에서 비행기 테러를 자행한 사람들은 ‘광신자’이고 다른 신자들의 믿음은 건강한 것일까. 대부분의 신자들은 자신들의 ‘개별적인 신앙’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을 위해 암살자, 십자군, 자폭 대원을 자원하는 이들 역시 믿음을 근거로 그렇게 행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십자군 전쟁, 종교 재판, 그리고 마녀사냥 등의 역사적 비극의 탄생에는 반드시 종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종교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을 넘어 종교의 긍정적인 면까지 고려, 공평하고 논리적으로 종교를 분석한다. 한마디로 종교는 일면 좋은 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종교의 어두운 점이 간과되는 것을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이나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 남녀 평등 그리고 과학의 발전과 같은 것들을 종교가 위협한다면 신이 있다는 주장은 당연히 이성적인 관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신을 믿었던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자신의 신앙에 대해 ‘이성적으로’ 고찰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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