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한식’ 성공 재미사업가 알고보니 사기범

한국식 퓨전 음식으로 미국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성공한 사업가로 잘 알려진 재미 사업가가 사실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주, 10년 넘게 도피생활을 해 온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차맹기)은 14년 전 10억원대 사기를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피한 후, 한국식 퓨전 음식점을 창업해 크게 성공하고도 횡령 등의 피해금을 갚지 않은 혐의로 재미 사업가 안모(57)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 1998년 9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 ‘A아트텍’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김모 씨 등 3명으로부터 건축 및 인테리어 등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13억 원 가량을 받아, 미국으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안 씨는 건물을 신축하는데 필요한 투자금이라며 피해자들을 속이고, 자신의 부인 금융계좌 등을 통해 돈을 입금받은 후, 바로 다음 날인 9월18일 이 돈을 가지고 일본을 통해 미국으로 도피했다.

미국에 안착한 안 씨는 지난 2009년부터 이동식 트럭 음식점인 ‘칼비(Calbi)’라는 사업을 개발, 한국 갈비와 멕시코 타코를 혼합한 ‘갈비타코’를 비롯해 ‘김치 케세디아’ ‘갈비 브리토’ 등 여러 퓨전 한식으로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에 대한 성공 스토리는 국내외 유력언론들을 통해 보도되면서 교포들 사이에서 안 씨는 ‘아메리칸 드리머’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 씨의 입국 배경에 대해 “아마도 사기의 경우 그 공소시효가 7년이라 자신의 혐의가 이미 소멸했을 것이라고 생각던 것 같고, 또 주요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다는 것도 자신 입국을 하게 된 배경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998년부터 해외 도피 당시부터 기소중지 상태였던 안 씨는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체포됐다.

검찰 관계자는 “안 씨는 미국으로 도망간 것이 아니라 유학 중인 자녀를 방문하기 위해 갔다 눌러앉은 것이라는 식으로 거짓 변명을 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해 피해금을 갚을 수 있음에도 ‘내 명의로 돈 재산이 없다’고 발뺌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아 구속해 재판에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