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본 100년전 경성… 현재의 모습 ‘엿보기’

경성, 카메라 산책 / 이경민 지음 / 아카이브북스

카메라를 들고 근대의 역동성이 꿈틀대고 있는 20세기 초 경성 거리를 활보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경성의 무엇을 향해 셔터를 눌렀을까.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경성의 카페, 이발소, 미용실, 야시장, 인력거, 유람버스, 동물원, 박람회, 대학로, 도서관 등 10개 장소에서의 일상과 근대적 풍경을 담았다. 여기에는 근대에 대한 호기심 차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저자는 “현재 우리의 모습에 내재돼 있는 근대적 감수성을 재발견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방대한 자료 조사는 필수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신문 기사들을 1차 텍스트로 삼아 한 편의 작은 역사를 엮어 내고 텍스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 이미지를 활용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사람들이 찍은 사진에서 세상과 소통하려는 근대적 인식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책의 말미에 첨부한 ‘구경거리’의 사진 이미지에는 경성의 다양한 풍경을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당시 사진 작가들의 노력이 눈에 띈다. 그때 역시 자연인의 시선이 아닌, 카메라의 시선이 분명 존재했던 셈.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카메라의 시선은 더욱 익숙하다”며 “이런 점에서 사진은 세상과의 소통뿐 아니라 과거와의 소통도 가능하게 한다”고 결론 내린다.

그 증거는 손쉽게 나타난다. 일본의 대형 카페가 한국에 상륙해 업소 간 치열한 대형화 경쟁이 일어나고 도서관에서 책 읽기 운동이 벌어졌다는 사실 등 이 책이 소개하는 당시의 모습은 현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쯤 되면 10개의 장소가 갖는 공통점이 완연히 드러나면서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지가 확실해진다. 이 장소들은 모두 근대적 제도와 문화가 수용되고 정착되는 과정에서 생겨났고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근대적 인식을 내면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장소들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크게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책을 덮으면서 독자들은 그것이 현재 우리의 풍경과 얼마나 닮았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더 나아가 언제까지 그 모습을 유지할 것인지 생각함으로써 과거와의 소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