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경제민주화의 虛實’ 전문가 대담>“지금은 선거철 ‘파티 국면’… 술 깨면 계산 만만찮을 것”

  • 문화일보
  • 입력 2012-11-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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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동근(오른쪽) 명지대 교수와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지난 10월 23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경제민주화의 허와 실’ 을 주제로 이야기 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경제민주화’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요약되는 ‘분배 담론’과 저출산 고령화 및 통일을 염두에 둔 중장기적 잠재성장률 제고란 ‘성장 담론’이 맞서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자 쪽이 시대정신의 바람을 좀 더 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후자 쪽의 목소리도 최근 들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20-50클럽(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에 막 가입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 5년이 다가오고 있다는 판단은 공유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문화일보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경제민주화의 허와 실, 그리고 차기 정부 출범에 즈음해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 ’을 주제로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10월 23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대담에는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와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참석,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 = 노성열 경제산업부 차장

―(사회) 대선 후보마다 제각기 경제민주화 공약을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 어떤 부분은 받아들일 만하고, 어떤 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봅니까.

▲조동근=경제민주화는 2011년 10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지면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당 정치가 붕괴되고 탈보수 선언이 나오면서 경제민주화 개념이 등장한 거죠. 무슨 얘기냐 하면, 먼저 나오고 나중에 논리라는 옷을 입혀 합리화하는 쪽으로 갔다는 겁니다. 그래서 태생적 한계가 있죠. 사실 양극화 문제는 2010년 이후 개선되는 지표들이 보입니다. 경제민주화가 현실을 진단하고 나온 정책이 아니라 국면 전환용이라는 겁니다. 정치 세력들이 경제민주화로 헤게모니를 선점하려 하는 것이죠. 정치 어젠다로 경제흐름을 패러다임화하는 것 자체가 ‘2012년의 비극’입니다.

▲최병일=경제민주화를 국내와 글로벌 시각으로 나눠 봐야 합니다. 우선 국내 시각은 선거공학적 측면이 있지요. 보수집권당이 왼쪽 색채가 다분한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세 후보의 경제민주화 핵심은 대기업에 뭔가를 요구하는 쪽입니다. 이런 논리죠. 국민소득 2만 달러, 세계 무역규모 7위권, 경제규모 10위권으로 성장했는데 내게 돌아오는 건 없지 않느냐, 혜택이 쏠려있는 것 아니냐, 대기업 수출 중심 구조여서 일반 서민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여부를 따져보면 양극화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고 선진 경제가 겪는 공통 현상입니다. 글로벌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란 거죠. 전세계적인 경제 공급구조에서 비교우위 없는 부문은 해외로 돌린 결과 국내 일자리는 공동화됩니다. 경쟁력 있는 사람은 혜택을 더 누리고, 취약 계층 혜택은 더 줄어드는 거지요.

미국인들의 분노는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으로 표출됐죠. 우리나라는 대상이 대기업입니다. 1대 99 프레임으로 일부 지식인이 문제 제기를 했죠. 표를 얻으려는 대선 후보라면 좀 더 고민하고 정밀한 해법이 필요한데 지금 세 후보 사이에 근본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세 후보 모두 대기업 집중 구조가 지나쳐 공정한 기회가 줄어들고 경제 약자의 희망과 기회가 사라졌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 의식에 걸맞은 해법인지는 생각이 다릅니다. 출총제·순환출자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 골목상권 보호는 기득권 계층, 대기업을 타깃으로 구조적 분리와 행위 제한입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 주체는 현재 비난받고 있는 대기업입니다. 글로벌 경영으로 투자를 늘려간 건 기업가 정신에 기인한 것이죠. ―(사회) 사실 경제민주화란 개념이 불투명한 측면이 있죠. 독일 사회민주당이 과거 채택했다가 지금은 사문화된 용어란 말도 있고, 영국 좌파 싱크탱크인 파비언협회가 소유의 사회화란 뜻으로 썼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3명의 후보가 들고 나온 경제민주화란 사유재산을 부정하자는 논의는 아니고 그동안 정치민주화를 통해 권력의 수평 분산을 이뤘듯, 경제에서도 금권의 분배가 필요한 게 아니냐 하는 정도를 국민 눈높이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조=경제민주화는 패러다임이 아니고 어젠다입니다. 출발을 잘못한 거죠. 경제력 집중을 정치인이 극화한 겁니다. 처음 공정거래법이 생긴 당시에는 경제력 집중 논의가 맞을 수 있겠죠.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경쟁을 하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해외매출 비중이 80%가 넘습니다.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반영한 측면에서 집중 문제는 예전과 달리 봐야 하겠지요. 우월적 지위남용이란 용어도 문제입니다.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주먹을 휘두르는 건 아니지요.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놓고 사회적 투쟁에 가까운 토론과 대립이 없었습니다. 혹자가 세어보니 경제민주화 개념이 36개라고 해요. 전부 다 머릿속에 그리는 게 다릅니다. 경제민주화를 효율과 형평 제고 차원에서 하면 되는데, 헌법 119조 2항으로 하니 너무 커졌습니다. 개념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거죠. 지금이라도 경제민주화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 얘기해봐야 합니다. 대기업 개혁은 미숙한 출발로 급한 마음에 한 것입니다. 2항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과점 지배를 막고, 균형있는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조정할 수 있다는 거죠. 김종인(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씨에게 미안하지만 그 말을 빼도 문맥이 통하면 불필요한 것 아닙니까. 법에 보면 ‘경제의 민주화’라 돼 있죠. 문장이지, 개념이 아닙니다. 대기업 개혁이라는 말도 왜 갑자기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최=경제민주화 용어와 관련해 토론회를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 대표 법학자들이 법리적 접근을 해보니 119조 1항과 2항의 선후 관계에서 1항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중요한 게 먼저 나오잖아요? 자유시장 경제는 창의가 중심입니다. 경제민주화란 건 경제주체 간 조화를 위해 국가 개입의 근거를 둔 거죠. 1987년에 2항이 들어간 것은 당시 시대정신이 민주화였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엔진이라 하고 그 반대를 브레이크라 하면 이 둘은 주종관계가 아니고 상호 보완 관계입니다. 민주주의는 51% 주장하는 게 통용됩니다. 2항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지요. 헌재에 시장경제와 정부 개입의 판례가 있습니다. 계속 나오는 얘기는 국가가 공익을 위해 필요한 만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잉금지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정부 개입은 행정비용과 조세재원을 필요로 하지요. 특정한 항목에 너무 소모하면 기회비용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세 후보가 지배구조까지 손대면 지나친 감이 있어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과잉 투자에 대해 말이 많았고, 지배구조 논란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합의를 본 점은 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당시 출총제도 완화했잖아요? 그런데 이를 들고 나오는 것은 참….

▲조=과잉금지 원칙은 ‘긴절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이란 단서를 답니다. 헌법에 대기업 개혁이란 말이 있나요? 사유재산권을 행사해 오랜시간 동안 경쟁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나온 사후 결과가 현 구조입니다. 자생적 구조인 거죠. 현실을 존중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부분적으로 바꿔나가야지, 한꺼번에 하자는 것은 곤란합니다. 경제는 생물이라 살리면서 해야 하는데…. 마취한 상태에서 심장 수술을 해야 합니다.

―(사회) 대선 후보 간 공약이 비슷하다고들 합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은 많은데 성장 담론이 없다는 비판이 그것이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연구기관들은 한국경제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면 차기정부 5년, 10년 정도는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 이후 10년은 2%대입니다. 성장률 저하란 일자리가 덜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내수기반이 떨어지고, 세수가 부족해진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일자리 욕구는 어떻게 충족하고, 복지 욕구는 어떻게 충족시킬 겁니까? 우리 연구원 추산으로 3% 성장으로는 1년에 22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매년 33만 개의 일자리 수요가 노동시장에 새로 생깁니다. 11만 개는 자리가 없는 거죠. 성장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6만~7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만큼 성장이 중요한 겁니다. 공공 부문에서만 대책을 쓰면 세금이 늘어납니다. 재정건전성도 악화됩니다. 그러면 복지 재원도 확보되지 않습니다. 성장·복지·일자리·조세제도 개혁을 고민해야 합니다. 선순환 논의가 빠진 상황에서 민주화 공방이라니, 그것도 잘나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경제는 51대 49 흑백 논리로 설명하면 안 됩니다. 대선공약이 국가 경쟁력과 비전을 담고 있는 공약인지 심판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정부가 ‘두 마리 토끼론’을 펴고 있습니다. 재정건전성과 내수활성화를 함께 추구한다는 거죠. 그런데 경제민주화 논의는 한국 경제에 브레이크 밟는 얘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액셀러레이터(성장)는 어디 있는지.…. 차기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정책으로 넘어가 볼까요.

▲최=2013년 2월 출범할 새 정부가 향후 5년 국내외에서 어떤 환경에 처할지를 봐야 합니다. 한국경제는 큰 규모가 아닙니다.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상호의존성이 큽니다. 그런데, 국내외 환경이 모두 먹구름입니다. 금융위기가 잠시 완화하는 듯했지만 유로존 위기가 계속되고 해법은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 중국, 브릭스 등 신흥국의 대외 여건이 정말 나쁩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다 보니 견제가 심해졌죠. 기술 특허주의가 대표적이죠. 개도국들은 무역제재로 우리를 견제합니다. 대내적으로도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입니다. 이는 경제활력이 떨어져 제조업 생산기반 약화로 갈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어려운 5년이 될 겁니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죠. 내수 확충 기반을 5년새 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제조업은 더 많은 경쟁력을 갖고 부가가치 사슬을 높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죠. 그래도 괜찮은 일자리는 많이 안 만들어질 수 있어요. 정부가 현실을 냉엄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모든 경제주체가 자기 몫을 챙기려는 걸 고쳐야 합니다. 한국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대타협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4가지가 필요해요. 첫째, 3% 잠재성장률로 부족하니 1%를 더 높여야 합니다. 둘째, 일자리와 복지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복지는 세금입니다. 통일을 고려하면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 합니다. 셋째, 내수는 5000만 한국시장을 볼 게 아니라, 주변 3억 인구를 봐야 합니다. 두 시간 거리의 중국과 일본, 동남아를 고려에 넣어야 합니다. 넷째, 강한 정치 의지가 필요합니다. 더 많은 서비스 인프라를 만들고 융합서비스가 이뤄지도록 돌파하는 정치력이 필요하지요.

▲조=지금은 선거철이라 ‘파티’ 국면입니다. 하지만 술이 깨면 계산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무지 고민하겠죠. 글로벌 경제 상황이 다 어려운데 우리만 잘될 수 없습니다. 새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 펀더멘털(기초체력), 즉 국가의식 개조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할 겁니다. 국가 개입 등 줄일 것은 줄이고, 시장 활성화에 나서야 합니다. 개인의 책임을 늘려 자족하는 걸 기본으로 깔아야죠. 정부 개입으론 굴러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셀프 프로펠러’라는 표현이 있어요. 자족적인, 자기 완결적인 성장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의식개혁이 필요하단 겁니다. 우리는 경험이 있고, DNA가 있어요. 숨겨진 1% 경제성장률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기책임과 사회책임의 균형이랄까. 사회에 모든 걸 탓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구조적 모순이 뭡니까. 자기책임을 돌아보지 않고서는 발전이 안 됩니다. 결국 남 탓하다 보면 자기 발전에 신경을 못 쓰죠. 경제는 새로운 주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겁니다. 새 인물과 조직을 통해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거죠.

―(사회) 마지막으로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조=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해가 절대 부족합니다. 삼성이 혼자 컸느냐, 국민이 밀어줘서 컸다는 생각을 고쳐야 합니다. 그 논리라면, 사회주의 기업은 삼성보다 더 컸습니까? 국가가 계획적으로 밀어줬는데...(웃음). 기업가 정신의 실체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혼났어요. 국가가 인프라를 깔아줘서 기업이 잘됐다고 주장하다가 그랬죠. 재벌 2세, 3세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조직을 많이 키웠습니다. 창업자가 아니더라도 최근 10년 정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된 인물은 평가해야 합니다.

▲최=기업가 정신은 우리나라 600만 영세 자영업자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경제민주화에서도 키워드는 영세자영업자 문제가 핵심이기 때문이죠. 통계에 따르면 100만 명이 창업하고 80만 명이 퇴출된다고 합니다. 심각하죠. 학교에서도 창업과 기업가 정신을 가르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대에 재무관리 수업은 있지만, 창업 관련 수업은 없습니다. 교육자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봅니다. 근본적으로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오랜 시간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nosr@munhwa.com·정리 =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조동근
▲서울대 공대 건축공학과, 서울대 경제학 석사, 신시내티 대학 경제학 박사 ▲명지대 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역임

최병일
▲서울대 경제학과,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FTA 교수 연구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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