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과거·현재 얽힌 살인사건 ‘16145’ 수수께끼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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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 북로드

독일의 추리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펴낸 ‘타우누스 시리즈’ 가운데 지난 2009년에 나온 세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의 모순과 양면성에 천착하는 다른 시리즈와 달리 매우 강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2차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인류의 씻지못할 죄악이 작품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나치와 유대인의 긴장이 바닥에 흐르고 있는 만큼 국내 독자들에게는 일제강점기를 연상케 하는 공감도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노이하우스 역시 “시리즈 중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힐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 덕분에 그의 작품 중에 가장 잔혹하고, 가장 스케일이 크며, 고밀도의 구성력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소설은 한 노인의 기묘한 죽음으로 시작된다. 잔혹한 박해와 혼란 속에서도 살아남아 돈과 명예를 손에 넣었던 유대인 노인이 나치의 처형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으로 살해된다. 현장에선 피로 쓰인 ‘16145’라는 의문의 숫자가 발견된다. ‘명콤비’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반장이 수사에 나서지만 쉽사리 단서가 잡히지 않는 사이, 또 한 명의 노인이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똑같은 숫자도 발견된다. 살해당한 두 노인이 사회적으로 명망높은 재벌의 친구로 밝혀져 수사의 반경이 좁혀지는듯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자칫 수사가 미궁에 빠질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얽히고 설킨 살인사건들이 하나의 논리적인 결말로 향하는데 풀어야할 퍼즐이 되는 유기적인 짜임새는 이 소설의 완성도를 대변해준다. 특히 수십년의 시간대를 넘나들어야 하는 구성임에도 인물의 변천과 성격을 스토리 전개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특유의 캐릭터 만들기는 작가의 필력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 추리작가가 지녀야할 최고의 미덕들을 보여주는 듯 하다.

평범한 주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한 노이하우스는 ‘사랑받지 못한자’를 필두로 ‘너무 친한 친구들’ ‘깊은 상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바람을 뿌리는자’까지 현재 독일에서 300만부가 넘게 팔렸고,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6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김진아 옮김.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