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의 사랑… 여인 앞에서도 폭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위 캐리커처 왼쪽부터 김정일·루홀라 호메이니·사담 후세인·오사마 빈 라덴. 아래 사진은 카스트로 형제와 여성들. 왼쪽부터 빌마 에스핀(라울 카스트로의 아내), 피델 카스트로, 라울 카스트로, 셀리아 산체스. 문학세계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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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를 사랑한 여인들 / 디안 뒤크레 지음, 허지은 옮김 / 문학세계사

당연히 독재자도 사람이다. 따라서 여성과의 러브 스토리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상대 여성에게 ‘폭군’처럼 군림한다는 것이다. 물론 연애 감정이 싹트는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언변으로 여성의 마음을 빼앗는다. 이윽고 상대 여성이 완전히 자신에게 의존하게 되면 매우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일단 자기 사람으로 만든 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그에게는 다른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정복’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독재자와 그를 사랑한 여성들에 얽힌 사연을 담고 있다. 충격적인 증언과 그간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책은 독재자들의 심리와 감정을 낱낱이 해부한다.

책에 등장하는 권력자들은 피델 카스트로를 비롯, 사담 후세인·루홀라 호메이니·슬로보단 밀로셰비치·김정일·오사마 빈 라덴 등이다. 냉혹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들이지만 사랑하는 여인과 가족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컨대 카스트로의 경우, 1959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위풍당당하게 입성한 이후 그의 주위엔 항상 여자들이 넘쳐났다. 카스트로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열광적인 여자들의 출현이었다. 그 여자들은 카스트로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외쳐댔다. 실질적인 영부인 역할을 담당했던, 혁명 동지 셀리아 산체스는 카스트로와 여자들의 관계를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카스트로가 묵고 있던 힐튼호텔 2406호 스위트룸은 그를 ‘토끼’라고 부르는 열성 여성 팬들로 줄을 이었다. 카스트로가 그런 별명을 얻게 된 것도 당연했다. “그 여자들은 카스트로가 부츠도 벗지 않고 늘 따라다니는 호위대를 문에 세워둔 채 마치 소변을 보듯 급하게 아무렇게나 정사를 치른다고 했다”고 한 측근은 회고했다.

물론 엄격하게 일부일처제를 고수한 독재자들도 있다. 평생 아내 카디제를 사랑했던 호메이니는 네 명까지 처를 얻을 수 있도록 허용돼 있는 이란에서 단 한 명의 아내, 카디제를 여왕처럼 모셨다. 13세의 나이에 결혼한 그녀를 위해 8년 동안이나 공부를 가르쳤고, 자식들에게 어머니를 존중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호메이니 부부의 딸 파리데는 이렇게 증언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의지했고, 가족들의 문제에 대해 언제나 어머니의 의견을 물으셨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식사를 하시기 전에 먼저 먹으면 안 된다는 규칙을 정해 놓으셨다. 우리 가족은 어머니가 드신 후에 음식을 먹는 습관을 들여야 했다.”

사담 후세인은 아내 사지다의 질투로부터 두 번째 아내를 보호하려고 갖은 애를 다 썼고, 김정일은 은막의 스타였던 성혜림에 대한 마음이 식어가자 다른 여인들을 가까이 했다. 밀로셰비치는 항상 아내 미라 마르코비치의 의견을 경청했으며, 심지어 연설문 원고를 그녀에게 수정받을 정도였다.

오사마 빈 라덴은 네 명의 아내들에게 끝까지 ‘충성’을 요구했다.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여성작가인 저자는 독재자들의 아내와 연인, 아들과 딸, 친구·의사·경호원 등 측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재자의 숨겨진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결국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그들도 독재자이기 이전에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 혹은 애인이었던 것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