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대 엘리트들이 꼽은 名作… 그 속뜻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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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교양의 탄생 / 박숙자 지음 / 푸른역사

요즘도 명사들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이 세인의 관심사를 모으고, 그 목록 중에는 ‘서양명작’의 비중이 적지 않다. 식민지 시대 조선의 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세계문학은 식민지 시대 조선의 엘리트들의 내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식민지 엘리트들은 나쓰메 소세키부터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의 작품을 읽었고 또 좋아했다.

근대 조선에서 ‘세계문학’은 서구문명과 같은 말이었고, 세계문학전집이 교양인의 필수품처럼 여겨졌다. 김동리는 문학하는 자의 기본으로 세계문학전집을 추천했다. 이광수, 김동인, 이태준, 김기림 등 조선의 문학청년들은 어김없이 명작을 읽으며 감수성을 키웠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광수의 경우 독서일기를 통해 일본서 중학교 다닐 때 처음 읽었던 톨스토이 ‘부활’의 감회를 드러냈다. 톨스토이 외에 위고, 디킨스, 하디, 뒤마 등 서구문학을 비롯해 중국소설 ‘수호지’와 일본작가 작품 및 ‘춘향전’ ‘옥루몽’ 등 조선의 고전소설을 추천했다. 이밖에 이태준은 체호프를, 김기림은 로맹 롤랑을, 이하윤은 세계 명작을 두루 추천했다.

‘명작이라는 식민의 유령’이란 부제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세계문학의 또 다른 이름인 ‘명작’을 통해 식민지 시대에 다가선다. 명작은 현대인에게도 교양과 지성의 상징이며 필독서지만 세계문학에 흠뻑 빠져 있었던 식민지 시대 엘리트들을 주목하며 ‘명작’과 ‘교양’을 지향하는 욕망의 연원을 조명한다.

저자는 ‘명작’을 둘러싼 식민지 근대와 해방 이후의 문화사에 대한 관심으로 명작이 ‘교양의 증서’가 됐던 식민지의 역사에서 무엇이 명작이었는지를 탐구한다.

“명작이란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인 동시에 나와 다른 이들이 공명하는 존재로 살아가게 하는 소통의 계기가 되는 책”이라고 정의하며 저자는 책 읽기를 통해 완성되는 명작의 힘을 일깨운다. 또한 그렇게 책을 읽었던 지난 역사, 책을 통해 시민을 키워내려던 교양의 세계를 상기시킨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