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는 일시적 광기… 폭발땐 거울 보세요

화에 대하여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경숙 옮김 /사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건 남몰래 분을 삭이건,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누구가 화(火)를 내고 살아간다. 하지만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화에 대하여’는 키케로와 함께 고대 로마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세네카가 ‘화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세네카가 화를 잘 내는 동생 노바투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서간집이다. “화를 가라앉히는 방법을 책으로 써달라”는 동생의 부탁에 세네카는 화란 무엇인지, 우리는 도대체 왜 화를 내는지, 화는 우리 인생에 필요한 것인지, 화는 인간의 본성인지, 화를 낼 때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가는지, 화의 해악은 어느 정도인지, 화를 어떻게 억제하고 다스릴 수 있는지 등을 철학적으로 설명한다.

티베리우스 황제부터 칼리굴라 황제, 클라우디우스 황제, 네로 황제에 이르기까지 폭정과 광기의 시대에 살았던 세네카는 이 책에서 칼리굴라 황제, 알렉산드로스 왕 등 역사적 사례를 보여주며 화는 인간의 의지와 이성을 통해 다스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세네카는 화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태어나고, 화는 서로의 파괴를 위해 태어난다. 인간은 화합을 원하고, 화는 분리를 원한다. 인간은 이익이 되기를 원하고, 화는 해가 되기를 원한다. 인간은 낯선 사람에게까지 도움을 주고자 하고, 화는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까지 공격을 퍼부으려 한다.”

세네카는 또 화를 다른 어떤 격정들보다 더 비천하고 광포한 악덕이자 ‘일시적인 광기’라고 정의하며 “화는 모든 것을 능가하는 최대 악덕”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세네카는 화를 내는 최대 원인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과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화를 내어 이기는 것은 결국 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화를 가라앉히는 최고의 방법은 화내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화의 치료법 중 하나로 “화를 폭발시킬 때, 당신의 얼굴을 거울로 보라”고 말한다. 화가 났을 때 사납고 괴물스럽고 흉측하고 추악하게 변해 버린 자신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고,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화를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짧은 인생에 대한 세네카의 성찰로 끝맺는다. “화가 당신을 버리는 것보다 당신이 먼저 화를 버려라.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우리 자신에게도 고통을 안겨준 화. 우리는 좋지도 않은 그 일에 귀한 인생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가! 화를 내며 보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짧은가!”

책의 내용은 무려 2000년 전에 쓴 저술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오늘날의 상황과도 부합한다. 화를 다스리고 치유하는 지침서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