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내에게 ‘매맞는 남편’ 이혼 사유”

남편에 대한 아내의 잦은 폭행으로 혼인관계가 파경에 이른 부부에게 법원이 이혼 판결을 내렸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한숙희)는 남편 A(44)씨가 아내 B(43)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자지정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을 취소하고, 자녀들의 친권자와 양육자는 B씨로 지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1997년 한 자동차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B씨를 소개받아 결혼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아이를 갖게 된 B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가정주부로 지냈다. B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공부와 일을 시작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함과 분노심이 생기면서 2010년부터 A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는 아내의 잦은 폭행으로 타박상이나 찰과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B씨의 폭행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B씨가 부부싸움을 하고 쉬고 있던 A씨의 머리를 피아노 의자로 내려쳐 A씨는 뇌진탕의 상해를 입게됐다. 결국 A씨는 아내로부터 맞고 산다는 사실이 회사에까지 알려져 퇴사하게 됐고, 2011년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사이의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이혼의사가 강력하고 부부 모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점 등을 볼 때 이혼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나이와 경제적 형편 및 의사, 자녀들의 현재 양육 상태 등을 참작해 친권자와 양육자는 B씨로 지정한다”며 “A씨는 B씨에게 자녀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로 월 50만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