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반도’가 두려운 일본의 속마음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문정인·서승원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만일 한국이 통일된다면 일본에 적대적인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통일은 일본의 국가안보를 가장 위태롭게 할 것이다. (중략) 나는 일본이 한반도 통일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통일된 한반도가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고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반일민족주의’를 통일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환경이 필요하다.”

아사히(朝日)신문 주필을 지내고 퇴임한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일본재건이니셔티브 이사장의 전망은 민족주의로 무장한 통일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대변한다. 후나바시 이사장은 향후 일본의 국가안보정책이 중국의 해양정책과 한국의 미래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문정인(정치외교학) 연세대 교수와 서승원(일어일문학) 고려대 교수가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 14명을 인터뷰한 뒤 엮은 대담집인 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일본 지성의 눈을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일본 최고 전략가들이 말하는 일본의 본심(本心)’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두 교수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최대한 인터뷰이들의 속내를 들춰냄으로써 일본의 본심을 드러낸다.

총 4부 14장으로 구성된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는 ‘미들파워 외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 게이오(慶應)대 동아시아연구소장과 육상자위대 중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지장(智將)이자 군사전략가인 야마구치 노보루(山口昇) 방위대 교수, 유엔 사무차장으로 오래 일했던 아카시 야스시(明石康) 조이세프 회장 등 모두 14명이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한국의 우려와 달리, 인터뷰에 응한 일본의 지성들은 거의 모두 이구동성으로 일본 국민 어느 누구도 평화헌법 개정이나 ‘요시다(吉田) 독트린’ 포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외교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에야 소장은 “(일본의) 군국주의 경험은 지극히 무겁다. 그 때문에 다양한 복고 논의에도 불구하고 평화헌법과 미·일 안보를 기반으로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여전히 강고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일 동맹에 대한 확신과 중국의 부상을 일본이 당면하게 될 가장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는 것도 일본 지식인 사회의 일상화된 담론이었다.

일본이 취해야 할 미래전략을 놓고는 ‘미들파워’의 길과 군사력을 강화한 ‘정상국가’로 거듭나기, 유엔과 더불어 국제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국제주의 패러다임 또는 한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 동참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미·일 동맹에 기초한 정상국가로의 변신이 일본 지식인들이 선호하는 기류라고 저자들은 진단했다. 일본의 오늘은 바로 한국의 내일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지성들이 제시하고 있는 현실 분석과 미래 전망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