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색선… 산수화에 담은 남미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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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녹색 나무와 붉은 꽃에 알록달록한 원색의 수탉, 개미, 서양배에 이국적인 남미 풍경이 더해졌다. 황토빛 화면에 전통 산수의 산세가 들어앉았고, 십장생과 남미의 춤과 음악이 스며들었다.

‘생명의 노래’ 시리즈의 화가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가 1∼24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과 두가헌에서 신작전을 연다.

1953년생, 올해로 환갑을 맞은 작가는 개인전을 통해 이전보다 한결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신작을 발표한다. 2년 전 소품전을 통해 남미의 이국 풍물을 발표했던 그는 이번 ‘생명의 노래-산수간(間)’전을 통해 전통 산수화에 시공간을 초월해 숱한 생명체를 접목한 ‘생명산수도’를 선보인다.

“먹이 아닌 색선으로 산수를 그렸습니다. 어린 시절 지리산 자락의 고향에서 접하던 산의 줄기와 뼈대, 구비구비 흐르는 강물, 보라색의 자운영 밭뿐 아니라 남미 농촌의 강렬한 색채를 화면에 끌어들였습니다.”

그는 “페루, 쿠바 여행 때 그곳 농촌 풍경을 처음 대하면서 느꼈던, 어디선가 접한 듯 ‘기시감(旣視感)’을 신작에 되살렸다”고 밝혔다. 남도의 황토빛 산야를 연상케 하는 남미의 원초적 색채의 황홀과 경이를 전통 산수화에 접목시켜 작업했다는 이야기다. 캔버스에 한지를 짓이기고 그 위에 붓으로 바탕을 그린 뒤 손가락으로 원색의 색점을 더해 작업했다.

신작은 장엄하고 엄숙한 산수뿐 아니라 생명력 넘치는 농부의 삶이며, 거미 복숭아 학 말 등을 정교하게 담고 있다. 산수 사이의 생명체를 주목한다는 의미에서 신작전의 제목도 ‘산수간(間)’이다. 산수화에 그 속의 미세한 생명체를 접목시킨 신작에 대해 “어찌 보면 유치찬란해 보일지도 모르나 열정과 에너지가 가득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요즘도 건강검진 때면 시력표 맨 아랫단까지 읽으니 의료진도 놀랍니다. 세월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신기할 만큼 작업에 대한 집중력, 손작업이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어요.”

그는 “밤이 교교할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글과 그림에 몰두하느라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라고 했다. 술, 담배도 안 하고 다만 하루 15여 잔씩 커피를 마실 뿐, 특별한 건강관리의 비결은 없다며 창작열을 밝혔다.

그는 1989년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을 뻔하다 살아난 뒤 ‘생명’ 시리즈를 통해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을 펼쳐왔다. 작업의 원천으로 그는 어려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술의 길로 들어서면서 오히려 열정과 트라우마처럼 창작에 몰두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줄곧 그림과 더불어 글쓰기를 병행해 온 그는 환갑의 해에 저서도 여럿 펴낸다. ‘화첩기행’ 전집 및 한옥에세이집, 애완견을 주제로 한 그림동화 ‘자스민 이야기’ 외에 남미·북아프리카의 색채 체험기 ‘색에 울다’와 세계여행기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등이 올해 출간 예정이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