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다>바리스타 된 이주여성…“이제야 당당한 한국 국민 된 듯”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1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 음성스포츠문화센터 옆에 문을 연 다문화가족 지원 사회적기업 글로벌투게더의 카페 2호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손님맞이에 바쁜 일손을 움직이고 있다. 음성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지난 2월 21일 오후 2시 충북 음성군 대소면 태생리에 위치한 음성스포츠문화센터. 건물과 연결된 조그마한 카페에서는 갓 볶은 구수한 원두커피 냄새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었다. 갈색 지붕에 밝은 유채색 벽으로 사방을 둘러싸 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커피점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 아니 세련된 카페 중 하나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실내 벽면 한쪽에 나무로 깎은 세계지도가 붙어 있고, 카페 종업원인 듯싶은 여성들의 일하는 사진이 작은 액자에 걸려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이곳이 베트남·중국·캄보디아 등지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들이 바리스타(커피 전문제조사)로 일하는 사회적기업 ‘글로벌투게더음성’의 두 번째 다문화가정 카페임을 말해주는 장식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의미에서 ‘이음(e-um)’으로 명명된 카페의 1호점은 지난 2011년 12월 음성군 금왕읍에서 오픈해 결혼이주여성 50명을 바리스타로 양성하고, 그중 7명을 고용하면서 연간 1억6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설립 1년 만인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정식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어엿한 ‘기업’이다.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삼성그룹과 음성군이 손을 잡고 함께 발족시킨 사회적기업이다. 음성군은 국비 지원을 받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삼성은 인건비 및 사업비와 컨설팅 등을 후방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1호점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음성군은 두 번째 장소를 물색해 2호점을 열었다. 이날 개소식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경대수 의원과 비례대표 이자스민 의원, 이영분 글로벌투게더 법인 이사장, 이필용 음성군수 등 외빈들이 축하하기 위해 자리에 참석했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카페에서 일하는 5명의 다문화가정 바리스타들이었다. 이들은 가게가 드디어 문을 연다는 흥분에 휩싸여 카페에서 대기 중인 손님들에게 커피를 끓여 내온다, 케이크나 과자를 권한다 하면서 야단법석에 가깝도록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들 결혼해서 한국에 정착한 후 몇 년 만에 어엿한 직업인이 된다는 생각에 들떠 있는 것 같았다.

2007년 한국에 온 베트남 출신의 홍수진(30·한국식 귀화명) 씨는 “남편과 두 아들, 시부모와 함께 살며 생계를 분담하고 있는데, 1호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2호점의 정규직 바리스타로 일하게 돼 너무나 행복하다”며 “내 이름을 건 커피점을 열 때까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키팔라(30) 씨는 반장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송가인(베트남), 한춘평(중국) 씨 등 동료들을 통솔하는 역할에 여념이 없었다.

이 의원은 “내 손으로 돈을 번다는 성취감은 본인과 자녀들이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들어 결혼이주자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사회적 저항이 발생하는 단계 또는 다문화사회로의 진입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시집와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은 약 20만 명이 넘고, 이들의 자녀도 14만여 명에 달한다. 여성가족부가 2월 말 전국 다문화가정 1만5341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의 고용률은 3년 전 조사에 비해 16.1%포인트 올라간 53.0%로, 살림살이 형편은 나아졌지만 문화적 차별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문화 정책이 결혼이주자 초기 적응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과 가족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사회통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 =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