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전부터 나온 다이어트 비법… 최신 버전으로 재포장 ‘고객 유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키 180㎝에 몸무게 330㎏이 넘은 다이엘 램버트(1770∼1809).

칼로리&코르셋 / 루이스 폭스크로프트 지음, 차윤진 옮김 / 삼화

‘다이어트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현대인 특히 여성의 영원한 숙제인 다이어트가 서양에서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변천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를 ‘의학사(醫學史)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놀라지 마시라. 서양에서 다이어트는 이미 2000여 년 전 고대 로마·그리스 때부터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비만 환자에게 이런 처방을 내렸다. “아침은 절대 거르지 말고 아침 식사 후 낮잠을 조금 자고 오후에는 산책을 하라. 걸을 때는 가능한 한 옷을 벗은 상태로 오랫동안 걷고, 잘 때는 딱딱한 침대에서 자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1898년 미국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사일러스 미첼은 ‘올바른 다이어트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식습관과 개인의 성격에는 매우 큰 관련이 있다. 탐식과 폭식을 피하고 간소한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중략) 나쁜 식단과 운동 부족을 대신해줄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린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체중감량이 불가능하다.”

무려 2000년에 걸친 다이어트의 역사를 고찰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이렇다. “(현대) 다이어트 산업은 소비자를 착취해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전부다. 우리가 현재 접하고 있는 다이어트 약품들은 이미 이전에 출시되었던 엉터리 다이어트 약품이 최신 버전으로 재포장되어 나온 상품일 뿐이다.”

허탈하다고? 그렇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요즘 제시되고 있는 온갖 다이어트 비방들이 실은 과거에 이미 제시됐던 방법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단지 포장을 달리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007년 유행한 ‘꿈의 몸매를 위한 고속 다이어트 알약’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최근의 과학적 발견이나 기적의 원료가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알약 한 병으로 체중감량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라. 유행 다이어트 약품에 돈을 쏟는 것은 돈을 잃는 좋은 방법일 뿐, 살을 빼는 방법은 아니다. 그것은 건강과 자신감을 잃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포기해야 하는가. 잠깐만 방심하면 눌어붙는 ‘살’을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매우 상식적이면서도 타당한 방법을 제시한다. “체계적인 다이어트의 일반적인 단계는 일단 체중을 줄이고, 그다음에는 음식 섭취를 조절하고, 활동을 많이 하고, 모든 것을 적절히 하는 법을 배워 감량한 체중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너무 특이하거나, 마술적 사고에 의지한 것이거나, 값이 너무 지나친 다이어트 요법은 피해야 한다. 대신 장기간에 걸친 균형 잡힌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식단, 그리고 전반적인 부분을 아우르는 다이어트법이 해답이다.”

또 한 가지.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각도의 시각”이라며 “우리는 비만을 실패와 나약의 결과로 보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몸매나 체중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 빠른 효과를 강조하는 유행 다이어트는 절대 체중감량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덤으로, 2000년에 걸친 각종 다이어트 비법들을 훑어보는 것도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